최근 북한 시장에서 휘발유와 경유 등 정유 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류 수입 확대가 북한 유가 하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북한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1kg) 가격은 평양 1만 3000원, 신의주 1만 2000원, 혜산 1만 2500원이었다.
지난 8월 평양 시장의 휘발유 가격이 1만 6000원까지 치솟아 올해 최고점을 찍었던 것에 비하면 19%가 하락한 것이다. 신의주와 혜산의 휘발유 가격도 올해 최고치였던 9월 초 가격과 비교할 때 22~23%가 하락했다.
북한 시장에서 경유 가격은 짧은 기간에 휘발유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기준 북한 시장에서 경유(1kg)의 가격은 평양 1만 500원, 신의주 9600원, 혜산 1만 원으로 파악됐다. 지난 3일 조사 당시 가격이 평양 1만 2700원, 신의주 1만 3000원, 혜산 1만 29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7~26%가 하락한 셈이다.
북한의 유류 가격이 지난 8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국제 시세의 영향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는 올해 최고점으로 상승했던 지난 6월 이후 현재까지 서서히 하락하는 양상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지난 6월 초 1배럴에 123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8일 기준 81달러까지 내려왔다. WTI·브렌트유·두바이유 등 국제유가가 모두 하락하면서 북한 시장 내 유류 가격도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북한 내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급이다. 북한의 주요 유류 수입국인 중국으로부터 공급이 많아질 때 북한 내 유류 가격은 빠르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2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당대회가 열리기 전 중국으로부터 대량의 유류를 공급받았다. 당대회 전 중국이 우방국에 친선의 의미로 모종의 선물을 줬는데 북한은 유류를 싼값에 공급받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 당대회 개최에 맞춰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을 지지한다는 축전을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특히 이번 유류 공급은 선박이 아니라 중국 랴오닝(療寧)성 단둥(丹東)에서 시작해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리 봉화화학공장까지 연결된 북중 송유관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실제 이달 초중순 백마 봉화화학공장에 수십 대의 운반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갔다가 유류를 싣고 나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울러 최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논의가 불발된 가운데 북한이 이 기회를 틈타 러시아에서 유류를 비롯한 에너지 수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8월에 이어 이달에도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유류를 대량 수입했다.
결과적으로 이달 들어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한 유류량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각 기관에 평소보다 많은 양의 연유(燃油)가 공급되면서 북한 시장의 유류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북한 시장의 유류 가격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지속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지금 연유 값이 떨어진 것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며 “이달에는 중국 당대회가 있어서 (유류가) 조금 더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연유가 눅어진(싸진) 것이지 (하락세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