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처벌 강화에도 ‘오징어게임’ 등 南 드라마 봤다

(사)통일미디어 '북한 주민 외부 정보 이용과 미디어 환경 실태 조사’ 세미나 개최
"北 주민 외부 정보 욕구는 감소하지 않아"…적극적인 정보 유입 필요성 제기돼

사단법인 통일미디어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2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이용과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실태 조사’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지난 2020년 12월 외부 영상물 시청·유포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을 담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이후에도 ‘사랑의 불시착’, ‘펜트하우스’, ‘오징어게임’과 같은 한국 콘텐츠들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당국의 정보 이용 통제가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지속해서 한국 등 해외에서 제작된 드라마와 영화, 뉴스 등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단법인 통일미디어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2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이용과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실태 조사’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광백 통일미디어(UMG)·데일리NK 대표는 세미나 인사말에서 “북한 주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이고 현재 어떤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해당 조사를 실시하게 됐다”며 “현재 북한에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미디어 환경을 파악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 1부 순서로 북한 주민의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 발표를 맡은 이상용 데일리NK 공동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처벌 사례를 듣거나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북한 주민 조사 대상자의 88%가 ‘그렇다’고 답했다”며 “‘그런데도 한국 및 외국의 영상물을 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96%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된 2020년 이후 북한 당국의 주민 통제가 훨씬 더 강화됐음에도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에 대한 욕구가 감소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게 이 공동대표의 설명이다.

이어 2부로 진행된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이용과 언론 자유를 위한 제언 및 토론에서 이광백 대표는 “2019년 조사와 비교할 때 2022년 현재 북한 주민들의 미디어 장치 이용이 다양해졌고 특히 USB 및 마이크로SD카드 이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북한 당국의 미디어 정책 장벽은 높아지고 있지만 주민들이 이용하는 미디어 환경은 발전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조사 결과 한 달에 한 번 이상 외국 영상을 보고 있다고 답한 북한 주민 응답자가 79%였다는 점에 미뤄볼 때 북한 주민들에게 다양한 해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면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에 정보를 유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통일미디어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2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이용과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실태 조사’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데일리NK

미국 현지에서 화상으로 토론에 참여한 백지은 하버드 케네디스쿨 카르(Carr) 북한기술인권센터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하에서 외국 콘텐츠에 대한 처벌이 한층 더 강화됐지만, 해외 정보 소비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는 줄지 않았다”며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가 전달되게 하는 유통 경로를 다양화하면서 위험성을 줄이는 전략적인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외부 정보 이용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당국의 처벌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창의적인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게 백 연구원의 주장이다.

또 다른 토론자인 박석길 LINK 한국지부장도 “북한 주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북한 주민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며 “콘텐츠를 이용한 후 이를 완전히 삭제하고 당국이 이를 추적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에 대한 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에서는 전통 대중매체인 라디오 방송의 송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에서 화상으로 참여한 마틴 윌리암스 노스 코리아 테크 대표는 “라디오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이용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코로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생활정보를 제공한 미디어가 라디오”라며 “라디오에 투자와 관심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