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용기 위협비행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심야 포 사격까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면서 이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력을 부각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다만 경제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내부 주민들은 이에 불편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강원도 소식통은 17일 “최근 원산시에서 시당 선전부 일꾼들이 2명씩 조를 나눠 인민반을 돌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적들의 전쟁 도발 책동에도 흔들림 없이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를 고수해 나갈 데 대하여’라는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강연회를 통해 “최근 적들이 도발적이고 위험한 군사 연습을 이어오고 있어 준전시 상태나 다름없다”면서 “적들이 우리 나라를 어째보려고 해도 우리 장군님(김정은)께서 계시는 한은 어림도 없다”며 김 위원장의 지도력과 위대성을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관한 소식과 이에 대한 당국의 선전에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것 같다’면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최근 진행된 강연회에 참가한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미국과 남조선(한국)이 합동군사훈련을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올해는 유별나게 큰일 난 것처럼 떠든다”, “전쟁을 할 것도 아니면서 왜 애꿎은 백성들만 피곤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원산시 갈마동의 한 주민은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쓰러지기 직전인데 언제까지 군사력 자랑만 할 거냐”면서 “군사력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지, 언제까지 현재의 어려움을 미국과 남조선에 떠넘길 셈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원산시의 주민 역시 “전에는 국방력을 강화해야 나라도 지킬 수 있고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선전을 믿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를 속이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며 “나라의 지도자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우리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며 비관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위에서 수십 년간 같은 선전으로 주민들을 교양하고 있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한 주민들은 미사일이나 포사격으로 원수들을 제압했다는 선전을 반길 리 없다”며 “그런데도 위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이 사상’이라며 주민 사상 교양 사업의 끈을 놓지 않고 집요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고파 우는 아기에게 먹을 것을 줘야지 장난감을 준다고 울음을 그치겠느냐”며 “식량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맞지 않는 선전은 오히려 불만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