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한반도 시나리오: 김정은-트럼프 다시 함께 춤을?

최근 김정은이 『핵정책 법제화』를 통해 핵사용 문턱(threshold)을 대폭 낮춘 가운데, 북한의 개량형 탄도미사일 연이은 시험발사와 항공모함이 참가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맞물려 역내 긴장 수위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9.28)를 통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다음달 16일에서 11월 7일 사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한반도 시나리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9월 26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으로 ‘김정은 핵정책과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중점 강조한 점은 ▲북핵문제를 단기·이벤트적 시각에서 접근하지 말자 ▲김정은의 대전략과 핵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남북관계는 우리 바램과 달리 상당기간 ‘강대강’ 국면을 거친후 ‘2024년경부터 변화 국면’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윤석열정부는 보다 장기적 관점하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하여야 하며, <3기둥-4D론>에 기초하여 북한을 담대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이 같은 화두(talking point)가 향후 북한 내부정세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외교 기상도를 전망해 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핵심내용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으로 ‘김정은 핵정책과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김정은의 핵정책 변화

김정은의 핵전략은 3번의 큰 변화를 거치고 있다. 제1기는 ‘핵개발 올인기’다. 2017년 11월 29일 미국 본토를 타깃으로하는 ICBM급 화성-15호를 시험발사하고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때까지이다. 제2기는 ‘핵능력 고도화와 협상 병행기’다. 2018년 ‘한반도 평화의 봄’으로 대표되는 비핵화 협상과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회담 결렬이후 정면돌파전과 다양한 도발로 핵능력을 질과 양적으로 고도화했던 기간이다.

다음으로 제3기는 ‘핵 불포기와 선제 핵공격 위협기’다. 얼마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회의 2일차(9.8)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전문, 11개항) 법령 채택과 김정은 시정연설을 통해 핵불포기를 선언하고 선제공격 가능성을 위협한 게 그 분기점이다.

임의적 판단에 기초한 핵 선제공격

북한이 초강경 핵정책을 법령으로 제정하고 공표한 것은 1)핵보유국 지위 기정사실화 2)향후 협상시 상호 대등한 군축회담 기반 확보 3)유사시 핵전쟁 도발 경고 등 3가지가 핵심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선제 핵공격 독트린’으로서 핵무기가 체제 안전판(방어용)을 넘어 선제공격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위협하면서, 미구에 있을 수 있는 군축회담과 한반도 적화통일의 교두보를 사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사용 원칙> 5가지이다. 핵무기의 제1목표는 전쟁억지와 방위에 있지만, 체제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자위적 차원에서 공격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너무 포괄적이고 임의적이다. 특히 6조 5항은 ‘기타’라는 용어를 아예 삽입하여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라고 규정함으로써 김정은이 상황을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끔 하였다.

Again ‘2024 트럼프와 함께 춤을

김정은은 당분간 ‘강대강’ 기조하에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한 ICBM·위성 발사, 7차 핵실험 등 전략도발의 타이밍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9.25/28)도 핵전력 운용체계 고도화와 그들의 확고한 입장을 내외에 각인시키려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금년 하반기까지는 국정원이 주목한 10월 16일(중국 20차 당대회에서의 시진핑 3연임) 이후 11월 8일(미국 중간선거)까지의 시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편 그 이후에도 미중 패권경쟁,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가항력적인 변수가 한반도에 영향을 계속 미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전략도발과 북중러 3각동맹 강화를 통한 ‘강대강’ 국면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 핵능력 고도화와 제제·방역위기 타개를 위한 이른바 ‘그럭저럭 버티기 전략’(muddling through)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는 2024년을 기점으로 ‘Again 트럼프와 함께 춤을’ 기조하에 군축회담과 빅딜(big deal)을 위한 여건 조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즉 북한은 가치와 원칙·절차를 중요시하는 바이든-윤석열 정부와는 타협의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판단하에 케미(chemistry)가 맞는 트럼프의 재등장을 기다리면서 이른바 대한민국의 ‘약한 고리’, ①대선이후 증폭되고 있는 국론분열상 ②북일대화 재개를 통한 한미일 3각공조 균열 ③750만 해외동포 친북화에 주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김정은을 비롯한 선전매체들의 ‘전쟁 대 평화’프레임 조성 ▲송일호 前 대일협상대표 담화(9.15)와 기시다 일본총리 화답(9.20) ▲당규약에 해외동포 역할 최초 명문화와 해외동포권익옹호법 채택(2022.2)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동포는 북한의 선전논리 확산, 관광 및 투자 자원, 대남공작 루트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

조선로동당은 전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하며 해외동포들의 민주주의적 민족권리와 리익을 옹호보장하고 그들을 애국애족의 기치아래 굳게 묶어세우며 민족적자존심과 애국적 열의를 불러일으켜 조국의 통일발전과 륭성번영을 위한 길에 적극 나서도록 한다.(2021.1 개정 8차 당대회 당규약)

북한은 이 같은 노력과 함께 핵보유 사회주의 강국 건설, 전한반도 공산화 통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9차,10차 당대회(2026년/2031년), 미국과 대한민국의 정부교체기 등을 고려하면서 경제 및 국방발전 5개년 계획, 다양한 수준의 대화와 협상, 통일전선전술 등을 입체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같은 북한의 핵정책은 철저하게 김정은의 대전략에 기초해 시행되고 있다. 당규약, 유일영도체계 10대원칙, 각종 대내외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김정은의 대전략은 ①김씨일가 영구집권 기반 구축 ②사회주의 강국 건설 ③전한반도 공산화 통일 등 3가지이다. 이를 하드웨어(hardware)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핵·미사일이며, 북한사회 개조가 소프트웨어(software) 수단이다.

향후 북한의 예상 시나리오와 행보를 압축적으로 시각화한 자료. /사진=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제공

3기둥/4D으로 대응해야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 강화와 전략도발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하면서 정책 우선순위 재조정, 남북한과 주변국의 정치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단기-중장기 대책을 수립·시행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김정은의 대전략과 미국정세 변화 가능성(정권 교체, 북핵 폐기→관리 정책 등)에 대한 정밀 재검토가 중요하다. ▲그런 후에 미중 패권경쟁, 코로나19 등과 같은 구조적 변수와 함께 ▲10월 중순 중국의 20차 당대회,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등과 같은 단기변수는 물론 2024년 대한민국 총선과 미국의 대선 캠페인, 북한의 경제 및 국방발전 5개년 계획 등 중장기 변수를 다각도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의 송일호 대일수교협상 대표가 북일평양선언 20주년에 즈음하여 발표한 담화(9.15), 일본 기시다 총리의 “김정은과 조건없이 만날 의향” 재표명(9.20), 북한 내부소식통의 “이번 핵정책 법제화로 수소탄 실험을 10번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는 전언(북한 내부강습자료. 2022.9.20 데일리NK) 등의 의미도 유의깊게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정부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이라는 제1기둥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 이제부터 북핵문제가 아닌 북한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북핵 무력화(무용화) 전략전술이 보다 중요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하에 ‘국방력 강화’(제2기둥)와 ‘북한체제 정상화’(제3기둥)를 입체적으로 구현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담대한 구상’)을 발표한 이후 세부전술로 3D, 즉 대화(Dialogue), 억제(Deterrence), 단념(Dissuasion)의 3가지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한 민주화(Democratization)를 포함하지 않으면 지난 정부처럼 ‘닭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따라서 정부는 3D를 넘어 ‘4D 또는 광의(廣義)의 3D’로 개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억제’도 장기목표 설정과 점진적 이행 수준으로만 대응해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 조치할수 있는 것은 곧바로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을 결집시키고 북한과 국제사회에 우리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줄수 있다.

북핵대응을 위한 민관군 합동위원회 설치,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벤치마킹한 한국판 전략보고서(로드맵) 기획 및 이행실태 점검, 정책 우선순위 재검토와 인력·예산 즉각 재조정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당면한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관련해서는 대북제재 수위 제고, 미국의 확장억제력 강화, 유엔 회원국 자격 박탈 등과 같은 대응책을 우방국들과의 공조하에 선제적으로 검토, 발표하여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제어해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지금은 위기국면이다. 이제는 구두선(口頭禪)이 아닌 행동이 중요할 때임을 명심하자.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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