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선포한 직후 핵무기 개발과 연관된 기관에 소속된 특수기관 간부들이 대거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포통치로 핵무력 정책 법제화 결정을 간부들에게 관철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29일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5일 당(黨)·정(政)·군(軍) 산하에서 핵무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 간부들을 대상으로 정치학습 자료를 하달했다.
해당 정치학습 자료는 목요 방침포치 시간에 진행된 강습회를 통해 간부들에게 하달됐으며 인쇄물이 아니라 디지털 자료로 전달됐다.
해당 자료의 마지막 슬라이드에 ‘조선로동당 출판사’라는 기관명이 기재돼 있었지만 북한 당국은 간부들에게 실제 인쇄물을 배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조선로동당 출판사에서 강연자료를 실물로 제작했으나 자료 유출을 염려해 인쇄물을 배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군수공업부, 제2경제위원회, 국방과학원, 국가핵동력위원회, 전략군지휘부, 총참모부, 국방성, 총정치국 등의 주요 간부들이 대거 참석한 강습회에서 공개된 이 정치학습 자료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불순한 사상을 가진 특수단위 전문 일꾼 3000여 명이 ‘법적 처리’ 됐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소식통은 “당적 혹은 행정적 처리가 아니라 법적 처리가 됐다는 것은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다는 뜻”이라며 “재판에 넘겨지거나 교화소로 보내졌다면 법적 처벌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맞지만, 관리소로 보내졌기 때문에 ‘처리’라는 단어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료에는 숙청된 3000여 명에 대해 ‘제2, 제3의 장성택 무리’라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을 총화하고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성과로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실현하고 반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불순분자를 처단하기 위해 칼을 빼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특수기관 일꾼들을 대거 숙청하기 위해 지난 12월부터 이들에 대한 동향을 조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10주기였던 지난해 12월 30일 전략군사령부, 국방성, 총참모부 등 군 관련 주요 간부 대상 특별 강연회가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서는 ‘혁명 영도 10년의 총화를 위해 핵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아울러 당과 내각 소속 기관들도 각각 핵무력 법제화와 관련된 내용의 강연회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군 총정치국과 국가보위성은 간부들 사이에서 어떤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지를 뒷조사해왔고 사석에서라도 핵무력 법제화에 대한 비판적 언급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 이들을 명단에 올려두고 면밀히 감시해왔다는 설명이다.
이번 강습회에서 강연자는 “원수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받들고 당정책을 민감하게 행해야 하는 책임일꾼들이 핵무장 법제화에 위험 요소가 있다느니, 시기가 좋지 않다느니 당정책에 시비질을 했다”며 “이들에게 적지 않은 시간 개심할 기회를 주었지만 부패타락하고 변질된 본질이 계속적으로 드러나 법적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러한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도록 단위별로 흩어져 핵무장력 법제화의 진수를 정확히 알고 각 단위가 각자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찾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지 취재 결과 이번에 숙청된 군수공업부, 전략군 등 핵 관련 기관 간부들은 그 가족들과 함께 국가보위성 산하 정치범수용소 위수 구역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는 정치범수용소 수감이 완료되지 않았고, 위수 구역에서 어느 지역 관리소로 보낼 것인지 선별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숙청 대상에 든 고위급 중에는 부부장급 간부들도 포함돼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