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무역 지속해온 北, 왜 지금 시점에 화물열차 운행 재개했나

[인터뷰] 신의주 활동 무역일꾼 "쌓아둔 지 오래된 물건 들여와…대부분이 건설자재”

북한 국제열차. /사진=연합

중국 랴오닝성(療寧)성 단둥(丹東)에서 출발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목적지로 하는 북중 화물열차가 지난 26일 오전부터 시작해 오늘(28일)까지 사흘 연속 운행됐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020년 8월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이후 지난 1월 16일 열차 운행을 재개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단둥시가 봉쇄되자 4월 29일 다시 운행을 멈췄다. 그리고 그로부터 150일 만에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 것이다.

북한은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선박을 통해 지속적인 수출입 활동을 해왔다.

열차 운행은 주로 낮에 이뤄져 국제사회의 감시에 노출되기 쉬운 반면 선박 무역은 늦은 밤 공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거래하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는 경우에는 감시를 피하기 쉬워 북한은 선박 무역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룽커우(龍口)항 등 중국의 여러 항구에서 북한 남포항으로 들어가는 선박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최근에는 쌀, 옥수수, 콩 등 곡물과 맛내기(조미료), 콩기름 등 식자재 상당량이 북한으로 반입돼 북한 시장에서 수입 식품 가격이 다소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필요한 물품을 선박으로 들여가고 있는 북한이 선박에 비해 많은 양을 수입할 수도 없고 국제사회 감시에도 쉽게 노출되는 화물열차 운행을 지금 이 시점에 재개한 이유는 무엇일까.본지는 27일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활동하는 한 무역일꾼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들여다봤다.

아래는 북한 무역일꾼과의 일문일답.

-26일부터 시작해 이틀 동안 열차가 단둥에서 신의주로 들어갔다. 열차에 어떤 물건이 실려 있었나.

“대부분이 건자재(건설자재)다. 늄창(알루미늄 창틀)이 가장 많이 들어왔다. 평양에 살림집 건설하는데 늄창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창에 쓰일 유리 등도 있었다. 살림집 건설에 사용될 타일과 장판, 커튼, 커튼봉 등도 상당량 들어왔다. 이런 자재들은 거의 100% 평양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 의료 물품도 들어왔는데 약품 같은 거는 거의 없고 의료기구들이 대부분이다. 링게르(링겔)줄이나 주사 등도 빵통(화물열차)에 실어왔다.”

–쌀이나 옥수수 또는 콩기름, 맛내기 같은 식료품은 들어오지 않았나?

“쌀은 없다. 쌀은 크게 움직여야 한다. 배로 들여와야 많이 들여올 수 있다. 쌀이나 강냉이 같은 것을 열차로 들여오면 중국에서 지원해줬다는 소문이 나지 않겠나. 어차피 다 돈 주고 사오는 것인데 올해 농사가 작년보다 더 안됐다. 올해는 비도 많이 왔고, 전기도 더 형편없다. 생산이 잘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쌀이 많이 필요해서 쌀 같은 것은 남포로 들어올 것이다. 콩기름이나 맛내기도 신의주로는 못 들어온다. 남포로 들어가야 많은 양이 한꺼번에 들어간다. 쌀 같은 것은 무역 지령받은 무역대표들이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열차로 들어올 수가 없다. 지금 열차로 들어오는 것은 국가에서 다 합법적으로 승인받고 하는 것이다.”

–곧 10월 10일 당 창건일인데 선물 수입도 많이 해야 하지 않나. 간부들에게 돌릴 선물도 열차로는 실어 올 수 없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당 창건일 선물은 남포로 들여왔다. 술 종류가 많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양주나 포도주(와인)를 많이 들여왔고 실과도 들여왔다고 들었다. 복숭아 같은 크고 질 좋은 것들이나 선물 같은 것들은 열차로 들여올 수가 없다. 값나가는 물품들은 제재에 걸리기 쉽고 소문이 금방 날 텐데 어떻게 열차로 들여오겠나.”

–그렇다면 왜 지금 시점에서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다고 보나.

“일단 지금 들여와야 하는 물건이 중국에 많이 쌓여있다. 단둥 쪽에서 대방(무역업자)들이 준비해 놓고 있던 물건들은 이미 방역도 끝났고 쌓아둔 지도 오래됐다. 이 물건들을 들여와야 했다. 그리고 열차 움직이는 건 국가가 승인해야 하는 것인데 국가끼리 얘기가 잘 됐으니 열지 않았겠나 생각한다. 버스나 트럭 움직이는 것도 사실 준비는 끝났는데 중국이 안 움직여서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열차 재개하면 다리(신압록강대교)도 곧 열지 않겠나 생각한다.”

–열차가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올 때는 빈 채로 온다. 왜 북한은 수출품을 중국에 보내지 않나.

“수출품은 제재에 걸리는 게 많다. 지금 제일 많이 중국에 갖다 파는 게 석탄인데 석탄은 실어 나가면 바로 제재에 걸리지 않나. 열차로 할 필요가 없다. 수출은 배로 한다. 그리고 단둥 같은 데는 석탄이 별로 필요하지도 않다. 중국에서도 남부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배로 하는 걸 중국에서도 바란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까 중국에서도 석탄을 많이 요구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북한) 석탄이 싸지 않나. 당분간 석탄이 (중국으로) 더 많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