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란은 되고 인민들은 안 된다?…北 ‘바가지머리’ 유행 단속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관심 폭발…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며 단속하자 청년들 "이중기준"

북한 가수 정홍란이 지난 8일 밤 평양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9·9절) 74주년 경축행사에서 노래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가수 정홍란의 일명 ‘바가지머리’ 헤어스타일이 주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정함과 깔끔함을 강조하는 북한의 사회 풍조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홍란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특히 젊은층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전언이다.

28일 데일리NK 남포시 소식통은 “공화국 창건(북한 정권수립일) 74돐(돌) 경축행사에 등장한 정홍란 배우(가수)의 특이한 머리모양에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며 “얼굴이 길고 이마 넓은 여성들에게는 강력 추천할 형태라면서 평범하지 않고 특이해서 좋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정홍란은 앞서 7·27 전승절 축하공연에서도 바가지머리 헤어스타일로 등장해 주민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번 9.9절 경축공연에서도 또다시 같은 헤어스타일로 등장하면서 청년들의 관심을 폭발시켰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현재 남포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가정집들에는 “정홍란 머리 봤나요? 그대로 잘라주세요”라고 주문하는 청년, 대학생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 개인 미용실들에서는 미용사들이 “전문가가 보기에는 정홍란 바가지머리를 아무 사람이나 하면 곱지 않다. 얼굴이 길고 이마가 넓은 처녀들이 해야 어울린다”고 코치해주는 풍경도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버섯머리’, ‘초코송이머리’라 불리기도 하는 단발 풀뱅 헤어스타일은 북한 내에서 ‘정홍란 바가지머리’로 통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러나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를 단속하는 기관에서는 이런 정홍란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는 대학생들과 청년들, 가정주부들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소식통은 “7·27 공연 후에는 별로 반응이 없었는데 9·9절 공연 때 또 같은 머리로 나오자 모두들 공화국 북반부에 없는 머리 형태라고 말한다”며 “정홍란이 특이한 머리모양을 하고 나와 인기를 끌면서 남포시 청년 여성 대학생들이나 젊은 부양 여성들 속에서도 하나둘 따라 하는 풍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남포시 반사비사 그루빠(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는 정홍란 머리모양을 따라 하는 사람들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길거리나 대학 정문에서도 붙잡아 세우고 있다”며 “‘배우의 머리는 출연을 위한 국가적 분장으로 승인이 있은 것인데 그것과 같냐’면서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고 지적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남포시 일부 청년들 속에서는 바가지머리 헤어스타일 유행을 단속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해 “정홍란이 온 나라 인민들 앞에 그런 머리를 하고 나와 노래 부르는 건 되고 우리가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은 날라리풍이냐”며 국가가 이중기준을 세우는 것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