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맞아 애국 강조하는 강연회 진행…주민 비난·분노 쏟아져

김정은 10년 영도 치켜세우며 애국 강조…주민들 "국가부터 인민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지난 2018년 북한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 당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 및 군중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정권수립일(9·9절)을 맞으며 조직별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강연을 들은 주민들은 뒤에서 분노감을 표출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공화국 창건 기념일(정권수립일)을 맞으며 도안의 모든 기관 기업소 당위원회들에 ‘위대한 사회주의 내 조국을 한 몸 바쳐 받드는 열혈 애국자가 되자’라는 제목의 간부, 당원, 근로자 학습반 강연자료가 내려와 8일까지 강연회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강연회는 기본적으로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도력을 치켜세우기 위한 것으로, 실제 강연자료에는 “원수님께서는 김정일 장군님을 잃은 2011년 피눈물의 언덕에서부터 최근 악성 비루스 비상사태까지 진두지휘하시며 우리 조국을 승리에로 이끌어오셨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원수님께서는 풍상고초를 겪으시며 오직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탁월한 사상을 구현하고 계신다”, “원수님께서는 우리국가제일주의, 인민대중 중심의 투철한 신념을 지니시고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국가를 반석 같이 추켜세우셨다”, “원수님께서는 인민들이 진정한 행복 속에서 무궁 번영할 조선을 이끌고 계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북한은 “원수님을 따라 모든 주민들이 애국의 정신을 가지고 당에 충실하고 국가에 헌신하는 좋은 인민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면서 모두가 열렬한 애국자가 되기 위한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번 강연회는 양강도 당 및 정권기관 일꾼들부터 시작해 공장 기업소,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등 각 단위와 조직들에서도 진행됐는데, 주민들은 배급 한 번도 풀지 못하면서 사상만 충만한 국가의 정치선전에 환멸적인 태도를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는 후문이다.

실제 강연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뒤에서 쉬쉬하면서 “수령님(김일성) 때보다 장군님(김정일) 때 더 고생했고 지금에 와서는 더 말할 수 없이 비참하게 살고 있으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민들은 “10여 년 전에만 해도 이웃 간에 나눠 먹기도 하고 지나가면서 인사도 건네고 했는데 요즘은 거의 모든 백성이 굶주리고 있어 말도 걸기 어려운 세상이 됐으니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탄식했다는 전언이다.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 열혈 애국자가 되라고 선전하는 것에 분개하면서 “애국심을 발휘하도록 하려면 국가부터 인민들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주민들에게 법규만 내세우고 촘촘한 감시 통제망만 구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양강도 주민들은 “우리 양강도에서는 한 집 건너 다 잡혀가고 추방당하는 형편에 무슨 애국주의 강연이 필요한가”라며 날선 반응을 보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밖에 주민들은 “인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하루하루 끼니 걱정에 지치는데 상층 간부들은 떵떵거리며 불어난 살을 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더는 줄일 배도 없이 허기진 형편에 나라에 충성하면 어떻고 비난하면 어떤가”라며 비난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번 강연을 들은 주민들 속에서는 온통 비난뿐이었다”며 “강연은 주민들에게 교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