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발열자 ‘0’에 “당 영도력·주민 일치성이 안아온 성과“

강연회 열어 자찬하면서도 긴장성 강조… "비상방역 명목으로 한 통제 정당화하려는 술책"

북한 코로나19
북한 방역 일꾼들이 앞유리에 ‘비상방역’이라고 적혀 있는 승합차에 물건을 싣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에서 비상방역을 다시금 강조하는 강연회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며칠째 일일 신규 발열자는 물론 현재 치료 중인 환자가 하나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방역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청진시에서는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비상방역 조치들을 엄격히 지켜 방역장벽을 굳건히 고수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강연회가 진행됐다.

북한은 이번 강연회 자료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더 발생하지 않고 국가의 안전, 인민의 생명과 건강이 굳건히 지켜지고 있은 것은 우리 당의 선견지명적인 영도력과 당중앙의 명령 지시에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전체 인민의 고도의 자각적 일치성이 안아온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봉쇄·격폐 위주의 방역 정책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음을 부각하면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에 따른 주민 불만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민심을 다독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북한은 자료를 통해 “우리는 이미 이룩한 방역 성과를 귀중히 여기고 이를 부단히 공고화해 나라의 안전, 인민의 안녕을 백방으로 담보해야 한다”며 “우리는 비상방역사업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최대의 각성하고 경계하여 비상방역 사업을 재점검하며 비상방역 사업을 대중 자신의 사업으로 확고히 전환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료에는 “비상방역법 제55조 4항에는 ‘공민과 공화국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은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제돼 있다”면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의 일꾼들과 근로자들 속에서 이러한 비상방역법적 요구를 잘 알고 위법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금 일부 단위들과 주민들 속에서는 오늘의 방역형세에 자만 도취 되어 긴장성을 늦추고 생활하는 일부 편향적인 현상들이 우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당적, 행정적, 법적 투쟁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상방역 초기에는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주민들이 자각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낮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강연회를 진행한 강연자는 “최근 신규 유열자가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일부 주민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들은 나라의 안전과 인민의 안녕을 또다시 해치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며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이번 강연회에 참가한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그동안 비상방역 조치로 몸살을 앓았다”면서 “비상방역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해제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강연회였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정부가 이번 강연회를 통해서 최근 비상방역의 성과가 당원들과 근로자들 덕이라고 했지만, 이는 비상방역을 명목으로 한 지나친 주민 통제를 정당화하려는 술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 “전국적으로 최근 한주 일간 새로 장악된 유열자가 없고 치료 중인 환자들이 모두 완쾌됨으로써 나라의 전반적인 방역형세는 확고한 안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