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외 노동자의 토로… “母 임종도 못 봐…나온 것 후회”

[인터뷰] 코로나에 귀국도 못하고 발 묶인 노동자들… "숙제가 많아 돈도 못 번 상태"

중국 랴오닝성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수년째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파견돼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기숙사와 작업장만을 오가며 사실상 감금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본보는 현재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해외 파견 노동자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장기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그리워하며 그들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의 심정을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생이별 중인 北 해외 파견 노동자와 가족들… “목소리라도…”)

그 이후 본보는 현재 중국에 파견된 북한 해외 노동자와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재중 북한 노동자 역시 오랫동안 보지 못한 고국의 가족들을 그리는 한편, 현재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과 제대로 연락할 수 없고, 과도한 당자금 상납 요구에 돈도 모으지 못한 상황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렇듯 북한 노동자들은 해외에 나와 많은 돈을 벌어 돌아가겠다는 목표 달성은커녕 언제 귀국을 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다음은 현재 중국에 파견된 한 북한 노동자와의 일문일답.

–중국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됐고 본국(북한)에 돌아가지 못한 지는 얼마나 됐나?

“중국에서 일한 지는 3년 됐고 본국에 들어가지 못한지는 2년 7개월 됐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신의주에 들어 갔다 왔었다. 2019년 12월에 본국에 들어갔던 것이 마지막이다.”

–본국에 있는 가족들 소식은 듣고 있나?

“회사를 통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한 번씩 가족들과 통화를 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못 하고 있다. (당시 북한이) 한창 코로나로 두려워할 때여서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남편이나 아내가 죽은 사람도 있다. 여기 사람들 사연이 참 엄청나게 많다. 한두 사람 얘기가 아니라 몇십 명이 이런 처지다.”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은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빨리 가족을 만나고 싶다. 특히 아이가 너무 보고 싶다.”

-귀국 시기에 대해 들은 것이 있나? 아픈 사람들은 일시 귀국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빨리 귀국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당국에서 지금도 (코로나19 상황이) 풀어지면 들어가라고 하는데 금년도 어려울 것 같다. 아픈 사람은 작년부터 미리 들어간다고 등록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가족들에게 송금은 하고 있나?

“예전에는 신의주를 한 달에 한 번씩 들어갔었다. 나도 지난 2019년 말에 신의주에 들어갔었을 때 가족들에게 돈을 건네고 지금까지 보내주지 못했다. 신의주 들어가기 한 달 전에 보통 500~600원(위안)어치 물자를 단둥에서 산다. 보통 단둥에서 옷을 많이 사 신의주로 들어간다. 가족들이 지방에서 신의주로 나오면 사둔 물자와 돈을 건네준다.”

–해외에 나와서 일하게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나?

“나온 것을 날마다 후회하고 있다. 돈을 전혀 벌지 못한 상태다. 왜냐하면 코로나 이후 당국의 숙제가 얼마나 많은지 예전보다 더 많이 내라고 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사장들에게 요구하고 사장들은 당국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동자들이 버는 돈을 다달이 걷어 위에다 바친다. 사장들이 말로는 ‘조국(북한)에 들어가면 준다’고 하는데 조국에 들어간들 사장들이 무슨 돈이 있어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겠는가. 그다지 믿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