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별 중인 北 해외 파견 노동자와 가족들… “목소리라도…”

코로나 국경봉쇄에 2년 넘게 귀국 못하고 소식도 캄캄…가족들 "아프지 말고 돌아오길"

훈춘 노동자 북한
2019년 2월 촬영된 중국 지린성 훈춘시의 한 공장 건물. 이곳에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명목으로 한 북한의 국경봉쇄가 지속되면서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2년 넘게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기숙사와 작업장만을 오가며 사실상의 감금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 가족들은 해외에 파견된 뒤 오래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지새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소식을 간간이 알려주고는 있지만, 목소리조차 듣지 못한 지도 2년이 넘어가면서 가족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 내 가족들은 중국 등 해외의 코로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어 파견된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에 북한 당국은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잘 지내고 있다며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다음은 현재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가족인 평양시, 남포시 주민과의 일문일답.

-가족이 해외에 나간 지는 얼마나 됐나? 최근 가족 소식을 들은 게 있나?

평양시 주민(A): 4~5년쯤 된 것 같다. 2020년쯤 세계적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때문에 국경이 봉쇄돼 해외에 남기로 했다고 조직적으로 알려줬었다. 다년간 해외에서 국가와 기업소가 잘 돌볼 것이라고 했다.

남포시 주민(B): 자식이 해외에 일하러 나간 지 3년 정도 됐다. 가족 소식은 내가 다른 곳에 파견 근무를 나갔을 때 함께 사업한 간부에게 뒷돈거래로 뇌물을 고여(바쳐) 간신히 들었다. 그를 통해 아픈 환자들도 해외 기업소와 조국(북한)에서 다 매일 관심 가지고 치료해주고 있다는 현지 상황을 들었다.

-해외에 일하러 간 가족이 언제 돌아오는지에 대해 당국이 설명해준 것은 있나?

A: 현재까지 미정이라고 들었다. 최근에는 노동자들이 오랜 기간 해외 현지에서 먹고 생활해 당분간은 또 들어오는 것을 보류했다고 들었다. 휴가나 귀가는 아직 당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으니 기다리라고만 한다. 우리는 봉쇄를 해 코로나가 잘 관리됐지만, 현지는 그렇지 않아 당장 귀가시킬 수 없다는 게 이유다.

B: 조국에서 휴가나 귀국 지시 있을 때까지 당장 들어오기 어렵다면서 국가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본인도 돌아오면서 빈손일 수 없어 돈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을 때까지 (해외에서) 기다리려고 하니 가족들도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생각이라고 전해 들었다. 다만 해외 노동자들 중에서 결핵, 간염이나 전염병으로 별도 관리되는 대상, 갑자기 건강 악화와 영양부족으로 현지 외화벌이 노동이 어려운 대상만 명단을 받아 교환이나 귀국시킬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다.

-해외에 나간 가족이 생각나지는 않나? 그 가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A: 너무나 생각나고 목소리라도 한번 들어보고 싶고 사진이라도 받아보고 싶다. 돈이 필요해서 나간 것은 사실이나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니 너무 힘들면 그냥 들어오면 좋겠다. 지금 상태로 조국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은 그냥 귀동냥으로 소식을 듣고 있다. 정말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고 신변에 아무런 이상이 없이 건강하고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B: 돈을 그동안 못 벌었다고 가족에게 미안해하거나 속상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돈은 해외 나갔다 들어온 사람들 보면 많이 벌어온 사람들도 5년이면 다 까먹는다. 그리고는 또 해외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사람들이 있으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조국이 귀국 조치나 휴가 준다면 그냥 들어오면 좋겠다. 조국(북한)에 남겨진 가족이 해외 나간 가족이 피땀으로 벌어온 돈으로 일생 잘 먹고 잘살지도 못한다. 사람이 먼저이니 아프지 말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주변에 비슷한 처지의 가족들도 있나? 그런 주민들끼리는 어떤 말들을 하나?

A: 있다. 코로나 후유증이 폐가 나빠진다는데 가뜩이나 먼지 속에 봉제공으로 일하는 가족이 더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B: 해외에 일하러 갔다 빈손으로 들어오면 여기 남은 사람들은 빚더미에 앉으니 돈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들어와야 한다고 말하는 가족들도 있다. 요즘에는 가족 중에 해외 나간 사람이 한 명 있어야 돈을 꿔준다고 한다. 가족이 해외에 나갔고 조만간 돈을 들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해야 외상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일하는 가족이 보내온 돈을 받은 적은 있나?

A: 코로나 봉쇄 이전에는 휴가 들어오는 사람이나 귀국하는 사람 인편으로 돈을 보내준 적은 있었다. 그런데 최근 2년 사이에는 한반도 못 받아봤다.

B: 못 받았다. 코로나 봉쇄 이후 인편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초기에 간부들 한두 명 들어왔다는 말은 들었는데 일반 노동자 돈을 간부들이 맡아줄 리 없다. 인편이 없으면 돈 받기 힘들어 받지 못했다.

-해외 노동자 가족들을 당국이 특별히 감시하기도 하나? 그렇다면 주로 어떻게 감시하나?

A: 당연하다. 해외 파견 노동자 가족의 수입 대 지출 그리고 동향을 확인한다. 소식이 들어온 것은 없나 물어보는 보위원도 있다. 인민반장은 수시로 ‘속상하지요. 어떻게 해요, 보고 싶죠’라고 하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지켜본다. 그런데 걸려들면 나중에 가족이 들어왔을 때 돈 쫄카(빼앗아) 먹을 수 있는 명분만 주는 거라 가족들은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입은 무겁게 해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한다.

B: 집에 누가 새롭게 드나드는가 무슨 생각을, 무슨 말들을 하는지 감시한다. 가깝게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임무를 주는데 친한 사람은 오히려 이런 사실(임무)을 말해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감시받고 살고 있지만 우리는(해외 파견 노동자 가족은) 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외에 노동자로 나가려는 주민들이 많은가? 나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많다. 공화국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해외) 나간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한다. 해외 나간 사람이 가족 중에 한 명 있거나 본인이 나갔다 와야 그 집이 일어선다고들 생각한다. 해외 나가는 사업하는 사람 줄을 잡지 못해 안달이다.

B: 지방에서 해외 나갔다 오는 일은 정말 일생일대의 기회다. 고된 노동인지 알고 있어도 가족 중 딸, 조카, 색시 누구든 가리지 않고 나가고 싶어 한다. 외국물 먹은 사람이라는 평도 있고 일단 100딸라(달러)라도 쥐어보고 죽는 게 좋다는 지방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