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지역 간 이동 금지 조치를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민들은 생계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최근 시·군 간 이동 금지가 완화되면서 주민들의 기대가 커졌지만 생활난은 나아진 게 없다”며 “장기간의 봉쇄조치가 시장침체로 이어지면서 보천, 신파(김정숙), 후창(김형직)군 등 농촌지역 주민들이 가장 심각한 생활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요소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시장침체다.
양강도 유통의 중심지인 혜산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여러 차례 전면 봉쇄되면서 유통망이 사실상 붕괴됐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다시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혜산을 통해 김형직군 등 농촌지역 시장에 식량과 생필품이 공급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2년 넘게 물동량이 줄고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떨어지면서 농촌지역의 시장이 침체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시·군 간 이동이 다소 쉬워졌지만, 돈이 없어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적다 보니 공급량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과거에는 혜산시에서 농촌지역으로 식량 등의 물품을 나르는 차량이 매일 1대씩 다니곤 했으나 요즘에는 열흘에 1대도 겨우 다니는 수준이며, 그마저도 소비자 감소로 물품이 1/6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실어나르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운전수(운전기사)들은 물동량 부족으로 회전이 빠르지 않아 떨어지는 이윤이 적다”며 “일부 운전수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기름값도 뽑기 힘들다며 장거리 운행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농촌지역의 주민들은 생활에 필요한 쌀이나 강냉이(옥수수), 호밋자루 등을 외상으로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린 쌀과 옥수수는 1kg당 각각 옥수수 8kg, 4kg씩으로, 호밋자루는 1개당 옥수수 3kg으로 쳐서 가을에 주기로 하고 일단 당장 급한 불부터 끄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시·군 간 이동이 완화된 뒤에도 농촌지역에서는 시장이 침체되고 있어 장사를 접는 상인들도 많아지고 있고, 그나마 사정이 나은 상인들은 물건을 팔기보다 이렇게 외상을 주는 일에 나서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다만 소식통은 “상인들은 외상놀음이라도 하려고 식량과 물건을 뿌리고 있는데, 올해도 작황이 안 좋을 것이라고 하니 가을에 가서 본전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는 형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