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코로나 사태서 드러난 북한식 집단주의의 반인민성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회의가 진행됐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회의에서는 당의 당면 활동과 당 건설에서 나서는 주요 과업들이 토의되었다. 회의에는 조용원, 박정천, 리병철, 리일환, 김재룡, 전현철, 박태성 등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이 참석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지금은 참으로 어려운 시기다. 코로나19 관련 열병환자가 수도 평양은 물론 지방 산골까지 광범하게 나오면서 무서운 악몽 속에 잠겨 들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린이들과 노인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고, 혈육을 잃은 사람들의 처절한 곡성이 도시와 농촌의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노동당 지도부는 주민들의 자각적 열성에 기초한 봉쇄정책을 내걸었다. 심지어 코로나 방역을 총포탄이 빗발치고 유혈이 흘렀던 ‘대동란’의 시기로 묘사하면서 일부러 공포심을 유도하기도 했었다.

아울러 노동당 지도부는 “사람은 어려울 때 그 속내를 알 수 있고 사회제도도 동란의 시기에 그 진가가 더욱 뚜렷해지는 법이다”는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아프고, 배고파도, 약과 식량 없이도 참고 견디는 것이 ‘충성’이라고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인권이 보장된 사회에서는 어려운 때 국민에 대한 보호가 선행된다. 예를 들면 한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고, 시장을 활성화 명목으로 중소 상인을 대상으로도 추가 지원을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어떠한가? 최고지도부는 사태의 심각성만 강조하면서 모든 책임을 주민들에게 돌렸다. 최고지도자라는 사람은 중국의 방식을 모범으로 찬양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집밖으로도 못 나가는 ‘완전봉쇄’ 조치가 내려진 지역 주민들은 마치 전쟁과 같은 방역 투쟁에 병균보다 굶주림으로 죽어나갔다.

이처럼 코로나 대 유행 사태에 따라 식량 및 약품 부족에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린이와 노인 등 취약계층이 먼저 쓰러지고 있다는 전언도 곳곳에서 들린다. 말 그대로 고질적인 반인권적 사고방식이 낳은 결과다.

생(生)을 포기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발열자로 확진된 후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지방의 일부 노인들이 약도, 먹을 것도, 치료비도 없고 자살할 힘도 없으니 죽여 달라고 간청하여 가족과 마을 주민들의 슬픔을 자아냈다.

또한 짧은 기간에 전국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진단키트도 제대로 구비해 놓지 않았다. 오죽하면 확진을 규명하지 못해 ‘유열자’라는 단어를 만들어냈겠나.

자연스럽게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과 행정 관료들에게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통제를 만능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북한 지도부 형태에 의구심을 품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모습을 의식해서인지 북한 당국은 당 관료와 지역 인민위원회 공무원들을 방역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임했다.

또한 12일 개최된 당 비서국 회의에서는 간부들의 ‘비혁명적 행위’에 강도 높게 투쟁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엄격한 감독과 강력한 책벌제도를 실시하겠다는 뜻으로, 간부들에게 책임을 씌우겠다는 점을 예고한 셈이다. 어떻게 보면 주민 불만이 김정은과 노동당 지도부로 향하지 않게 선행 조치에 나섰다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자력갱생과 집단주의로 강성대국 건설과 ‘인민의 행복’을 요란스럽게 떠들어대던 북한 독재 체제는 대동란의 시기에 그 부패성과 반인민성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