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우려한 北 “방학 때 학생들 고향 내려보내지 말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교육성 합동지시문 내려져…대학들은 '불만', 가족들은 '걱정'

김일성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사진=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전국의 대학교들에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을 여름방학 기간 고향이나 타지로 보내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최근 전국의 대학교들에 다가오는 방학 기간에 학생들을 고향이나 타곳으로 보내지 말고 학교 내 활동에만 집중시킬 데 대 대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와 교육성의 합동지시문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북한은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에 각자 다른 지역으로 가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미리 지시문을 내려보낸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방학에 기숙사생들을 절대 고향으로 보내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모내기가 끝난 상태에서 여기저기로 흩어지지 말고 기숙사에 모여 학교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여름방학 기간 동안 기숙사생들을 원격교육이나 USB 강의 자료로 공부시키라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학 내 비상방역체계를 철저히 세우고 집단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할 것과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들과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따로 관리해 최대한 집단감염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지시했다.

다만 대학들에서는 모든 게 어려운 조건에서 이번 지시를 집행하기가 퍽 난감하다는 의견과 함께 현실에 맞지 않는 지시라는 불만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대학이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아 대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먹거리를 구해야 하는 실정인데, 일체 유동을 통제하고 무작정 기숙사에 학생들을 가둬놓고 공부만 시키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지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학에서는 기숙사의 먹는 물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목욕실이나 화장실 등 공용시설에 대한 방역소독도 매일같이 빠짐없이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며, 기숙사생들 가운데 코로나 의심 환자가 발생해 격리해야 하는 사태가 조성되는 경우 대학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때문에 책임일꾼들부터 두려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소식통은 “이 같은 지시가 내려졌다는 소식에 기숙사생들의 가족들도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치료대책을 세워주지도 못하는 조건에서 집단으로 무리 지어 있다가 감염되면 대학교들에서 제대로 조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