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밝힌 누적 발열자 모두 코로나면 한 달내 전 주민 감염될수도”

고려대의료원 주최 세미나 열려…북 당국, 코로나 통계 의도적 통제·관리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

고려대의료원이 26일 개최한 ‘북한의 코로나19 상황과 향후 국내외 관계 전망’ 세미나에서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4월 말부터 이달 25일 오후 6시까지 누적된 유열자(발열자) 수가 317만 380여 명이라고 전한 가운데, 북한이 밝힌 발열자가 모두 코로나19 감염자라면 1개월 이내에 전체 주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26일 열린 ‘북한의 코로나19 상황과 향후 국내외 관계 전망’ 세미나에서 “북한의 발표대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주일 만에 유열자가 300여만 명으로 늘어났고 유열자가 모두 코로나 감염자라고 가정한다면 오미크론 전파 속도로 볼 때 한 달 내에 전인구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열자의 일부만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황이라면 봉쇄와 격폐 정도에 따라 감염자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발표한 코로나 치명률이 0.002%라는 점을 미뤄 볼 때 북한 당국이 코로나와 관련된 통계를 의도적으로 통제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북한이 밝힌 치명률 0.002%에 대해 감염질환 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로 평가하기도 한다”며 “북한 당국이 현재까지 코로나 관련 통계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공식 보고에서 사망자가 더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최원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북한의 사망자 수 추정이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코로나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당국이 통계를 관리하고 있는 부분도 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 교수는 “발열 환자를 기준으로 보는 숫자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유열자 발표를 토대로 살펴볼 때 북한의 코로나 확산세가 이미 정점을 지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사망자나 감염자의 실제 숫자가 지속적이라고 할지라도 질병이 실제로 북한 당국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나 외부에서는 북한의 코로나 감염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으나, 실제 북한 내부에서는 이를 통제 가능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맥락에서 최 교수는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에 코로나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보다는 오히려 코로나가 당국에 의해 성공적으로 통제되고 관리됐다는 선전 도구로 이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 입장에서 백신 지원이 유효한 대안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우태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백신은 WTO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도입할 가능성이 낮고, 중국의 시노백이나 시노팜은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무기력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m-RNA백신인 화이자나 모더나의 경우 백신이 준비된다 해도 콜드체인(냉장 보관시설)이 함께 지원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언급했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냉장 보관시설과 운송 수단까지 대북제재 제외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또한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급성 측면에서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북측에서는 백신보다 치료제를 더 유효한 지원책으로 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실장은 “2019년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타미플루를 지원하려 했을 때 운송 트럭이 대북제재에 해당해 지원이 무산된 바 있기 때문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원에 불신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며 “결국 북한은 의약품이나 백신 등 지원을 받기보다 중국식 지역 폐쇄로 전염 속도를 통제하면서 중국 백신을 도입해 일부 주민을 접종시키면서 민심을 달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질적으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은 정부나 국제사회가 공개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구나 NGO를 통해 비공개 지원을 한다면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미 민간기구나 NGO가 북측과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도적차원의 지원을 위해 보다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과 고려대 통일연구원 준비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3층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렸으며, 좌장인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의 사회로 발제와 토론이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