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백 칼럼] 코로나 확산하는 北, 국제사회에 긴급지원 요청하라

북한이 12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를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위원장이 결국,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났다고 공식 인정했다.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 방문해 전국적인 코로나19 전파 상황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4월 말부터, 약 35만명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고 발표하던 12일 하루에만 북한 전역에서 1만 8000여 명이 발열 증세를 보였다. 북한 당국은 “현재까지 18만 7800여 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그중 ‘BA.2’ 확진자 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이전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데일리NK는 ‘북한 중앙비상방역지휘부 내부 집계 자료를 근거로 2020년 11월 1일 현재, 북한의 감염병 의심환자 격리시설 누적 격리자 수는 총 8만 1000명이며, 2020년 12월 현재 북한군 감염병 격리 시설의 누적 격리자 수는 총 5만 4620명(육군 4만 3000명, 해군 6200명, 공군 5420명), 사망한 누적 군인 수는 총 4180명(육군 2800명, 해군 920명, 공군 460명)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의 증언과 제보를 종합하면, 2021년에는 2020년보다 더 많은 주민과 병사들이 코로나19 증세를 보여 격리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증세를 보이는 주민과 그로 인한 사망자가 있다는 북한 주민들의 증언과 달리 이를 부인하던 북한 당국이 결국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났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확산이 빠른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되면서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주민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급격한 확산세에 당황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제적 봉쇄를 통해 전파를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조치가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오미크론 변이의 사망률이 비교적 낮다고 하지만, 백신접종을 거의 하지 못한 북한 주민의 경우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걱정스럽다.

선진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북한은 국경 차단, 도시봉쇄, 이동 금지와 같은 통제 중심의 방역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식의 통제가 가져다줄 북한 주민의 고통도 걱정스럽다. 지난 2년 동안 북한 당국은 국경 지역의 몇몇 도시를 방역을 이유로 봉쇄하고, 도시 내 이동을 금지한 적이 있었다. 대략 3주 정도 봉쇄 기간이 지나면 코로나19뿐 아니라 식량이 부족해 일가족이 아사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히 확산하고 북한 당국이 도시봉쇄와 이동 금지 조치를 취할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굶어 죽는 사람이 더 많을지 모른다’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모내기 전투가 한창이다. 도시 기업소 노동자, 학생은 물론 당 관료들까지 협동농장에 내려가 모내기 전투를 시작했다. 최근 급격한 코로나 확산은 5월에 벌어지는 모내기 전투의 중대한 장애물이 돼 결과적으로 올가을 식량 생산 증대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북중무역 재개 시기를 뒤로 늦출 수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북한의 경제침체를 장기화하고 식량 위기를 더욱 심화시켜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이와 같은 사태를 직시하고 국제사회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마침 세계보건기구(WHO)가 북한 보건성 담당자와 접촉을 시도하는 등 보건 부문에서의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정부도 12일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과 남북 간 방역·보건의료 협력은 인도적 차원에서 언제라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백신접종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백신효과가 나타나는 데 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 즉시 지원요청을 해야 한다. 많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