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출범을 앞둔 새 정부의 대북정책 가운데 이전 정부와 가장 큰 차이가 예상되는 분야로는 단연 북한인권이 꼽힌다. 비핵화 협상 진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사실상 북한인권 문제를 방치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인권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을 평가하고 새로운 정부에 바람직한 북한인권 증진책을 제안하기 위한 세미나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新정부, 대북인권정책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 이원웅 카톨릭 관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 대북정책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남북 평화무드를 조성했지만, 실체적인 대북 인권 정책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문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은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일종의 선언적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 협상 진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북한 당국이 불편해하는 북한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실제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에 4년 연속 불참하는가 하면 북한인권재단 사무실도 재정 문제를 이유로 폐쇄한 바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권리 침해 우려에도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지난 2019년 11월에는 목선을 타고 동해안으로 입국한 북한 선원 2명을 동료 살해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강제 송환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문 정부는 평화가 정의이자 곧 인권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인권이 없는 평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국제사회와 공조하며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고 나아가서 지역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대북 인권 정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여러 북한인권단체 대표들이 새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는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제정 및 탈북 단체 고발 등의 조치로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국민 의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했고, 북한 당국의 외부 교류 차단과 내부 통제 강화로 인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 정보 제공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신정부는 정보 유입, 탈북인 구출과 정착 지원 등 실질적인 북한인권 증진 계획을 수립하고 대북전단금지법 등 북한인권을 압박하는 법률 폐지에도 나서야 한다”며 “이와 함께 북한주민의 인권 실상을 알리기 위한 국민 교육과 홍보 캠페인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인권 증진 활동이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하는 등 북한인권법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기구가 개편돼야 실질적인 활동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통일부와 법무부로 이원화돼 있는 북한인권 조사·기록 부서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북한인권 개선 활동이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제기구와의 협력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윤 소장은 강조했다.
권은경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역시 “신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네바와 뉴욕 대표부에서 적극적인 인권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밖에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북한인권위원회를 민관 합동으로 설치해 국내외 북한인권 개선 활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정책을 총괄하는 등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민통일방송, 나우(NAUH),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13개 북한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춘 전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