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코로나 백신 지원 지속 거부하는 북한의 속내는?

코로나 상황을 정치·경제적으로 활용…소식통 “국경봉쇄 유지할 명목 없어 백신 거부”

예방접종하는 북한 의료진과 아동.(기사와 무관) /사진=연합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방역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코로나 백신 지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북한의 주민들은 당국이 경제·정치적 이유로 백신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코로나 백신을 수용하면 국경을 해제하는 단계로 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백신 접종 후에도 국경봉쇄를 유지할 명목이 없기 때문에 쉽게 백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 당국은 코로나19를 명목으로 한 국경봉쇄와 내부 통제를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소식통은 “최근 진행 중인 국가중심의 경제 질서 환원 복구 작업을 우선 완료한 후 백신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본보의 취재 결과 북한은 지난달부터 각 지역의 무역회사를 내각 직속으로 편입시키거나 몇 년간 수출입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무역회사를 통폐합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국가유일무역제도 환원복구 첫 단계로 ‘무역회사 통폐합’ 지시)

김덕훈 내각 총리가 지난 2월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경제현안 보고를 통해 “대외경제 부문에서 국가의 유일무역제도를 환원 복구하기 위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가가 모든 수출입 상황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무역 구조 개편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북한은 코로나를 명목으로 한 국경봉쇄를 국가 중심의 경제 질서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으며, 실제 관련 작업을 완료한 후에 백신 도입 및 국경봉쇄 해제 수순으로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 및 통제 상황을 정치적으로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당국은 2020년 1월 이후 중국의 코로나 확산과 관련 증상자 발생 등의 이유로 도시 전체를 봉쇄하거나 주민들의 내부 이동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방역 초소를 별도로 설치해 수시 검열을 강화한 상태다.

아울러 북한은 국경봉쇄와 맞물려 주민들의 해외 통신·교류를 철저히 차단하면서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투쟁을 강도 높게 벌이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우(위, 당국)에서는 외부 사조와 문화의 침투가 주민들의 사상을 와해시킨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 때문에 검열을 강화하고 계속해서 이동증 발급도 제한하고 있는데, 우리 같은 백성들을 국가가 옥죄려고 백신도 안 맞추고 계속 방역의 도수만 높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고 전했다.

일반 주민들도 당국이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코로나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위기의식을 가지고 방역규율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자’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염력과 왁찐(백신) 회피 능력이 강한 ‘스텔스 o변이 비루스(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가 전염병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매체를 통해 백신의 불완전성을 지속 강조하는 것은 백신 미도입에 대한 주민들의 의구심과 불만을 잠재우면서 동시에 방역을 명목으로 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만회분을 배정했으나 부작용 우려로 이를 거부했으며, 중국의 시노백 백신 300만회분이 할당됐을 때도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올해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8만 8800회분과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의 코보백스 25만 2000회분을 배정받았지만,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아 물량이 전량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