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9개월여만 친서 교환…北, 먼저 공개하고 나선 이유는?

文 퇴임 앞두고 이례적 친서 교환…남북관계 악화 시 책임전가 명분 쌓기란 분석 나와

김정은 총비서와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동지께서 남조선(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지난 4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를 받고 4월 21일 회답 친서를 보냈다”고 전했다.

통신은 “북남 수뇌(남북 정상)분들께서는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 없는 노력을 기울여나간다면 북남관계(남북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북 정상이 손잡고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언급했고, 퇴임 후에도 남북공동선언들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마음을 함께 할 것이라고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북남수뇌들이 역사적인 공동선언들을 발표하고 온 민족에게 앞날에 대한 희망을 안겨준 데 대해 회억하시면서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 온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에 대하여 높이 평가하셨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약 9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의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친서 교환으로 남북관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먼저 친서 교환 사실을 밝히고 나선 것은 차기 정부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밝힌 친서 교환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표명을 통해 향후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을 수용하는 관여 정책을 지속해 온 문재인 정부에 마지막 순간 선의를 표방함으로써 향후 윤석열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시도할 경우 차별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교수는 “북한은 ‘평화 대 대결’이라는 이분법을 활용하여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면서 “즉 자신들의 공세적 행위에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강력히 대응할 경우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서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오히려 윤석열 정부로 돌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적인 무력 시위에 대응해 차기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내세울 경우,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새 정부에 돌리기 위한 명분 쌓기 의도라는 것이다.

이밖에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은 윤석열 차기 정부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선언 등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초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