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칼럼] 평양 고급주택 공급이 시급한 문제인가?

북한이 지난 13일 보통강 강안 다락식주택구 준공식을 열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준공식에 참석 후 조선중앙방송위원회의 리춘히와 최성원 책임방송원, 동태관 노동신문 논설위원의 살림집을 방문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110회 생일을 기념하는 태양절, 북한은 이를 기념하는 내부행사에서 열병식을 생략하는 등 비교적 조용히 치러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앞서 평양에서는 대규모 주택단지의 준공식과 입사식이 연이어 거행되었다. 북한 언론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 자리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입사 주민들로 부터 환영받는 모습을 보도했다. 특히 평양 보통강변의 다락식(테라스형) 주택은 언 듯 보아도 복층형의 고급주택으로 건설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적용된 실내 마감자재 또한 북한의 일반 주택과는 비교가 안 되는 고급 건축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

이밖에도 화성지구, 송신·송화지구 등 평양주변의 신도시라 할 거대한 규모의 아파트 역시 일부 준공식을 가졌으며 추가 개발 또한 지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각 단지의 조성과 아파트 건설과정에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여 사업 진행 상황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왔다. 결국 이들 주택은 북한 고위층에게 공급되었으며, 특히 조선중앙TV의 대표급 아나운서인 리춘희 등이 입주혜택을 입은 것을 볼 때, 북한의 주택공급이 분명 서열에 의한 특혜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오랜 기간 가해지고 있는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따라 북한 정권은 에너지나 식량부족 문제와 함께 민심이반과 결속력 이완, 더 나아가 체제의 위협으로부터 역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요즈음과 같은 춘궁기의 북한사회 취약계층은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지역에서는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월 북한의 식량문제에 대해 심각한 수준임을 밝혔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작년 6월 중앙위 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식량부족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식량문제는 전기 등의 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여건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수리시설의 확보와 농업용수의 충분한 공급이 힘든 구조적 문제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내 식량 생산량이 필요량에 훨씬 미치지 못하다 보니 부족량의 상당부분은 외부로부터의 공급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설상가상으로 덮친 코로나의 공포와 이로 인한 국경폐쇄 조치는 식량문제를 더더욱 악화시켜 왔다. 실제 2021년 농림축산물 수입액은 5,805만 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약 73.8%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그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겪은 이후 한동안 미사일 발사와 같은 무력시위 대신 내부결속을 강조하는 가운데 자력갱생의 길을 모색했다. 그러나 그의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슬로건과 지휘 아래 건설되기 시작한 각종 건축물은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정도로 혁신적 행보였다. 특히 아직 경제적 여건이 미치지 못해 개원을 미루고 있는 평양종합병원을 비롯한 대규모 건설사업이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엄혹한 시기 김정은주의의 절대권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권력 강화와 우상화는 김정은 정권이 지속 유지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즉, 김정은 위원장의 건설 관련 행보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에 못지않은 권력 절대화의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된 셈이다.

이렇게 북한 정권이 평양을 중심으로 한 애민정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양은 김일성 주석에 의해 전후복구사업을 통해 계획도시로 재탄생하였다. 그곳의 풍부한 녹지공간과 대동강변의 개방감, 그리고 널찍한 도로는 세계 어느 도시도 부럽지 않은 쾌적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280만 명의 북한 특권층에게 한정되어 있다. 즉, 절대 권력을 향해 지지하고 충성을 맹세할 수 있는 평양시민을 중심으로 북한의 정권이 유지되어 왔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한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부터 평양시민들에게 주어지는 특혜와 권리,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선물 등은 그들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과 교환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대북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부터 평양시민들에게 베풀만한 여력이 충분치 않은 김정은 위원장은 애민정치의 수단으로 주택을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별화된 고층 고급주택은 평양에 거주하는 특수계층으로부터 충성심을 거둬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와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석이조의 효과일 것이다.

그렇지만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기, 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들만의 잔치와 이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북한 인민들에게는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식량문제로 기아의 위기까지 몰려있는 많은 인민들의 심정을 헤아릴 때 그들의 충성심과 복무심을 이끌어 내 지금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깊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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