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약, 사상도 마비시켜”…중독 급증에 체제 이탈 방지 나서

[주민정치강연 자료 입수] "마약·아편 재배·사용, 수령 배반하는 길...맹아 단계서 짓뭉개버려야"

2022년 주민정치사업자료.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최근 북중 접경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약(필로폰)과 아편’ 사용 및 재배 문제를 지적하는 ‘주민정치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4일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강행 이후 국제적인 규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이상 동향 및 사상 이탈 가능성 차단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최근 데일리NK가 입수한 강연 자료는 “주민들 속에서 사회주의 생활양식과 사상 정신을 마비시키는 마약과 아편을 몰래 재배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마약범죄방지법’이 채택된 후 잠잠했던 마약 사용자들이 최근 또다시 머리를 쳐들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에서 아편과 마약은 고질적인 문제다. 또한 당국이 이를 조장하기도 했었다.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 재배사업은 1992년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대규모로 확대(일명 ‘백도라지사업’)됐던 것.

또한 함흥 나남제약회사 같은 기업소에서 일명 ‘얼음(빙두)’라 불리는 필로핀을 생산·밀수출해왔다. 주요 외화벌이 수입원으로 적극 활용해왔던 셈이다.

그러면서도 당국은 “사상 의식을 마비시키고 저 하나밖에 모르는 자본주의 사상을 산생시킨다”는 명분을 들면서 이를 지속 단속해왔다.

특히 “우리 제도를 변질 와해시키려고 미쳐 날뛰는 적들의 책동에 편승하는 반인민적, 반국가적 범죄행위”라는 입장도 강조하고 있다. 즉 마약과 아편 재배 및 사용은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배반하는 길”이라는 인식이다.

이는 주민들에게 정신·도덕적 양식을 저해하는 형태를 절대로 묵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심어주면서 애민정신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이 같은 행위가 개인주의 심화나 체제 불만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당국은 강연자료를 통해 “모든 주민들은 마약과 아편을 재배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들을 철저히 뿌리 뽑는 것은 우리 식 사회주의 제도를 지키고 자기 자신과 자기 가정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문제로 보고 이와의 투쟁을 전군중적 운동으로 벌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자기 자신부터가 마약과 아편을 재배하거나 사용하는 엄중성과 후과를 똑바로 알고 이런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며 말려들지 말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법기관들에서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며 마약과 아편을 몰래 재배하거나 사용하는 자들에 대하여 법적 통제를 강화하며 맹아 단계에서 짓뭉개버려야 한다”면서 공포 분위기도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봉쇄 이후 의약품 부족 문제가 심화되자 주민들 사이에서 약품 대신 아편이나 마약을 복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통을 잠시 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약에 손을 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돈벌이를 위해 마약을 밀수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달 11일, 북한 내륙지역에서 접경지역으로 들어온 차량에서 막대한 양의 마약이 발견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북중 국경지역서 마약 대량 적발…판매자·인수자 모두 종적 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