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계획 압박에 마약 제조·밀수 나선 무역회사 일꾼들 체포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국경 지역의 살림집. /사진=데일리NK

외화벌이 계획 수행을 위해 마약을 제조·밀매에 나선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의 은하무역회사 일꾼들이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온성군 은하무역회사 일군(일꾼)들이 올해 인민경제 계획분 외화벌이 자금을 바치기 위해 마약 행위를 조장한 것으로 적발돼 이달 중순 체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올해 외화벌이 계획을 달성 못 한 단위들은 국경이 열리고 다시 무역이 재개돼도 무역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국가적 방침이 내려오면서 모든 무역 단위들은 어떻게든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지난해부터 국경이 막혀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에도 계획은 무조건 하라는 상부의 압박에 은하무역회사 역시 방도를 찾기 시작했는데 결국 마약을 생산하기로 작정하고 제조공정을 꾸린 뒤 밀수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온성군 은하무역회사 사장은 몇몇 일군들과 자체 토의를 벌이고 함흥 쪽에 선을 놓아 마약 제조자를 아예 데려다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화학실험 공정을 꾸려놓고 코로나 봉쇄 1년간 열성적으로 자체 제조한 마약을 밀수해 당에 외화자금을 바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이 사실이 주변 주민들에 의해 알려지게 되면서 은하무역회사 사장을 비롯해 연관된 모든 일꾼이 체포돼 도(道) 보위부로 이송됐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도 검찰소는 이 일이 무역회사 일꾼들만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라 분명 보위부나 안전부, 온성군의 책임일꾼들도 연관돼 있을 것으로 보고 주변 주민들을 통해 관련 인물들을 줄줄이 잡아들여 취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들의 집들을 전부 수색한 결과 김치움과 땅굴들 속에 보관한 많은 양의 딸라(달러)와 비(위안)가 다발 채로 발견됐다”며 “더욱이 마약을 유통한 대방(무역업자)이 중국에서 탈북을 도와주는 집단에 속해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어서 ‘검은돈’이 침투되지 않았는지를 까밝혀야 한다는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지만, 마약범죄방지법이 제정된 뒤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당사자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소식통은 “이번에 법이 제정되면서 붙잡힌 이들이 더 크게 형기를 먹을 것이고 연관된 간부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법관들은 모두 무기징역이나 사형감이라고 술렁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달 초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5차 전원회의에서는 금속공업법, 화학공업법, 기계공업법과 함께 마약범죄방지법이 채택됐다. 이와 관련해 북한 매체는 “국가사회제도의 안정과 인민의 생명 건강을 해치는 위법 행위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항들과 해당 법의 이행에서 나서는 원칙적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형법에 마약 불법 제조와 밀매를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음에도 이번에 별도로 법을 채택한 것은 더욱 엄격하게 마약 관련 행위들을 차단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