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역발상으로 평화정책 펴길”…출범 앞둔 새 정부에 제언

'고별' 형식의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정부에 전향적 대북정책 필요성 역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실패했다는 일각의 평가에는 "합당하지 않다" 강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6일 “새 정부가 역발상으로 접근해봤으면 좋겠다”며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전향적 대북정책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된 임기 중 마지막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향후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보수정부라서 대결적인 정책 기조를 펼칠 것이란 예상에서 벗어나 역발상으로, 평화를 위해 굉장히 전향적인 정책을 펼쳐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고 싶다”며 “다음 정부가 초기에 집중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평화로 돌리는 노력에 성공해야만 장기간 대치로 어긋나는 정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이 ‘아니 이 정부가 이렇게까지 해?’라고 놀라고, 의외라고 생각할 정도로 한다면 실제로 지금의 조성된 긴장, 고조되는 위기를 해결하는 좋은 길이 열릴 것”이라며 “핵과 관련해서 여러 조짐이 등장하는데 거기서 멈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실패했다는 일각의 평가를 두고 “정당하지도 합당하지도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은 북한의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말의 전쟁’이 일어났다고 일컬을 만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고 적대적인 언사가 일상적으로 난무하던 위기의 시간들이었다”며 “그런 북한을 상대로 대화와 협상을 시도해 적어도 4년 4개월 동안은 그런 위협을 북한 스스로 내려놓도록 이끌기도 했다”고 평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로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거의 사라진 점도 현 정부의 하나의 성과로 꼽기도 했다.

또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비롯해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 관여 노력이 없었다면 2018년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개최되기는, 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이후로 이어진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판문점선언, 싱가포르 북미회담 대신 4년 4개월의 공간은 2017년보다 어쩌면 더 큰 갈등과 대결이 지속됐을 가능성도 크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총체적 실패’로 단정하는 일각의 견해가 적절치 않다고 거듭 언급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포괄적인 마스터플랜이며 계속해서 우리가 걸어나가야 할 길이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이런 대북정책, 통일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의 통일부의 역할에 관해 “북한 인권, 탈북민 정착 지원도 매우 중요한 업무지만 한발 더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과 항구적 평화 정착, 지속할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 인도·개발·교류협력에서 호혜적이고 평화적인 협력을 통한 통일기반 조성 등의 정책들이 통일부에 의해 충실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이 장관의 간담회는 사실상 ‘고별’ 성격으로 마련됐다. 2020년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취임해 근 2년간 남북관계 경색 국면 속에서 장관직을 수행했던 그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고 역사가 저에게 맡긴 몫을 해나간다는 기본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에 따라 전날인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편,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추가 무력 시위 가능성에 대해 “ICBM과 핵(실험)을 놓고 본다면 상대적으로 ICBM 쪽이 가능성 높다고 보는 게 사실”이라며 “많은 분들이 추가적인 ICBM 발사 가능성이나 핵실험의 재개 가능성에 대해 매우 경계하고 우려하시는데 실제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면서 대처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ICBM 모라토리엄이 파괴됐지만, 이것을 다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 생각하고 (북한이) ICBM 모라토리엄 파기를 넘어 핵실험 모라토리엄 파괴까지 나가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생각한다”며 “어떻게 하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빠른 해법 찾아 나갈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더 집중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4월에 김일성 생일 110주년과 조선혁명군 창건 90주년 등 북한 내부에 주요 정치 일정이 있고, 우리는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예정하고 있는 데다 대북전단, 꽃게잡이철 등 계절적 요인과 연관된 우발적 상황 발생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남북 간 실제적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다음 정부로 가는 이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며 “(실제적 위협에 대해서는) 우리가 철저하게 대처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