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러시아에 파견된 자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한 최근 국제정세를 설명하며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강연회에서 북한은 “로씨야(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처럼 필요에 따라 우리(북한)도 언제든 남침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는 전언이다.
9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정치학습자료를 하달했다.
해당 자료에서 북한은 “로씨야가 같은 나라였던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병한 것처럼 필요에 따라 우리도 남측을 점령할 수 있다”며 “우리는 남조선(한국)을 단매에 공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에는 오히려 우리의 조국통일을 기다리는 주민도 많다”는 정치 선전을 이어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학습 강연자는 노동자들에게 “로씨야가 우월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숨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남조선의 사정을 봐주고 있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은 자료에서 “전쟁은 어차피 로씨야(러시아)의 승리로 끝난다”며 “필승불패”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력면에서 압도적인 러시아는 북한에, 화력면에서 열세에 있는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대비하면서 한반도 전쟁시 북한의 압승을 주장한 것이다.
북한이 이 같은 정치선전 교육을 진행한 것은 전쟁 발발 후 어수선해진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분위기를 다잡고, 당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해당 정치학습자료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는 내용과 함께 ‘미국이 동족상잔의 전쟁을 부추겼다’는 미국 책임론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뿌찐(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말 것을 회유하며 여러 차례 기회를 줬지만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시도하면서 사태가 촉발됐다’는 취지의 설명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북한은 대외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해서 두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현지시각)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할 때 반대표를 던지며 러시아를 옹호했다.
지난달 28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공식 입장문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원은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에 있다”며 미국과 서방에 책임을 돌린 바 있다.
특히 북한은 해당 강연회에서 핵보유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무기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던 것도 미국이고 이제와서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을 일으킨 것도 미국”이라며 “자위적 국방력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 학습자료에 서술돼 있었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자국 내 간부들에게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설명하며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핵무장 필요성을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北서 ‘핵포기 불가론’ 팽배… “우크라이나 핵 있었다면 침공했겠나”)
소식통은 “강연회에서 로씨야 분위기가 혼란스러워도 분별을 잃지 말라는 언급도 있었다”며 “조국을 위해 외화벌이를 잘하라는 단도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