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제와 오늘] 바그너 그룹의 반란과 북한 쿠데타 가능성

두만강 철교 하산 나진 방천 퐝찬
2019년 2월 팡촨 용호각에서 바라본 북·중·러 국경지대, 두만강 철교(조선-러시아 우정의 다리)가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지난 주말 전 세계는 러시아에서 벌어진 군사 쿠데타 시도를 지켜보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용병 집단인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의 2개 대도시를 점령하여 모스크바까지 행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다 바그너 그룹은 수장인 예브게니 푸리고진과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통화 이후 반란을 ‘취소’하고 점령한 도시들에서 후퇴했다.

이 반란을 지켜보며 북한에서 이와 비슷한 사변이 일어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북한군을 연구한 필자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러시아의 현황을 보자. 2012년에 다시 집권한 푸틴은 러시아를 더 권위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더 확장주의적인 국가로 만들었다. 1990~1991년에 소련의 영향권 붕괴를 본 푸틴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 시기에 새로운 전략가가 등장했다. 2012년 러시아군 총참모장으로 임명된 발레리 게라시모프 대장은 ‘혼종 전법’을 내세웠다. 이 전법은 정규 군사 작전과 함께 용병 사용 등 다양한 방법을 쓰는 전략이었다.

푸틴과 게라시모프가 만든 이 전략 속에서 러시아에 준군사조직들이 나타났다. 이 조직들 가운데 제일 중요한 집단이 바로 바그너 그룹이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푸틴은 바그너 그룹에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래서 이 조직은 사병 군대로 확대됐다.

바그너 그룹 사령관 프리고진은 잔혹하면서도 무모한 인물이다. 그는 보다 많은 자원을 요구하면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열렬히 비난했다. 특히 프리고진은 ‘근심 걱정이 없는 할아버지’라며 ‘이 할아버지가 완전 XX XX일 수 있지’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푸틴의 별명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발언을 푸틴을 향한 비난으로 이해했다.

그런 상황에서 푸틴은 바그너 그룹이 정규군에 가입하고 국방부에 복종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사실상 이 지시를 거부한 바그너 그룹은 반란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서술해온 이 상황들을 북한과 비교해 보면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수많은 차이점을 관찰할 수 있다.

우선, 김정은은 푸틴보다 훨씬 젊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남한을 정복할 꿈을 마지막 순간까지 꾸었지만, 현재 김정은은 당장 그럴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그너 그룹을 만든 러시아의 확장주의를 북한에서 찾을 수 없다는 의미다.

둘째, 북한은 용병 군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은 러시아보다 징병 역량이 훨씬 크다, 러시아에도 법률상 징병제가 있지만 대부분 남자들이 면제를 받는다. 북한에서는 대부분 남자들이 군대에 가며 군 복무기간은 전 세계에서 제일 길다. 또 여성도 징병 대상이 되고 있다.

또 러시아와 달리 북한은 국경이 차단돼 있다. 푸틴이 동원을 선포한 뒤 우크라이나와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 수십만 명의 러시아 남자들이 외국으로 떠났다. 북한 주민들에게 그런 선택지는 없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용병 군대를 쓸 이유가 없다.

아울러 북한은 ‘사립 활동’ 자체를 매우 의심스럽게 본다. 북한 사회주의 형법은 ‘개인으로서 기업 및 영업활동을 하여 대량의 이득을 얻은 자는 노동단련형에 처한다. 기업 및 영업활동을 하여 특대량의 이득을 얻은 경우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인의 영업활동 자체를 금지하는데 어떻게 사립 군사 조직이 허용될 수 있겠는가?

위 근거들을 종합해 볼 때 북한에서 바그너 그룹의 반란과 같은 시나리오는 벌어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이 어떻게 최후를 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평양으로 행진한 용병 군대로 최후를 맞지 않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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