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명령에 연락 끊은 보위부 정보원…중국서 납치·북송돼 처형

[북한 비화] 흑막에 가려진 2018년 강 씨 사건…감시 두려워 탈북 시도한 가족도 관리소행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시내에 북한 인공기가 걸려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30대 북한 여성 강 씨는 탈북민으로 위장해 중국 장백에서 조선족이 운영하는 목장의 노동자로 일하며 현지 탈북민들의 동향을 보고하는 국경 보위부 소속 무명 정보원이었다. 2015년부터 중국에 나와 보위부 정보원으로 활동하던 그에게 2018년 1월 말경 돌연 국가보위성의 철수 복귀명령이 내려졌다.

보위부가 내세운 명목은 그간 보위부 정보원으로 북중 국경 내 탈북민 동향, 한국행 기도자, 한국 연계자들에 대한 주, 월, 분기별 보고를 성실히 수행했으니 돌아와도 좋다는 것이었으나 실상은 그가 6개월마다 한 번씩 1만 5000위안(한화 약 282만 원)을 바쳐야 하는 상납 과제를 수개월간 미달했기 때문이었다.

중국 현지에서 탈북민들에 대한 감시나 보고는 잘했더라도 상납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보위부는 그를 조국으로 불러들였던 것이다.

강 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그간 목장에서 일해 번 돈뿐만 아니라 북한 처녀들을 중국 남자들에게 넘기고 받은 돈까지 보태가면서 조국에 충성을 다했는데 갑자기 복귀 명령이 내려지다니 허탈했다.

강 씨는 복귀 후의 생계를 걱정했다. ‘복귀하면 보위부 종업원으로라도 일할 수 있는가’라는 강 씨의 질문에 보위부는 ‘들어온 후에 우리는 다 너희 같은 사람들을 책임져 준다. 다만 잠복기간이 짧고 비교적 공적이 많지 않아서 봐야 하긴 할 것 같다’는 어정쩡한 답변을 내놨다.

이에 강 씨는 그 길로 보위부와의 연락을 끊고 거주지를 옮겼다. 현지 중국인의 도움으로 새로운 중국 휴대전화 번호까지 만들었다. 강 씨는 몸을 숨기면서도 국가보위성이 한갓 정보원에 불과한 자신을 중국 땅에서 어찌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 2018년 3월 어느 날 동이 틀 무렵 그가 숨어지내던 조선족 지인의 식당 침실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긴장을 늦추고 있던 강 씨는 주인 아주머니나 아이들이 온 줄 알고 문을 열었다가 순식간에 들이닥친 남성들에게 당해 정신을 잃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눈을 떠보니 그곳은 강 씨가 그렇게도 가기 싫어 했던 양강도 보위국 사무실이었다. 그가 어느 경로로 어떻게 북한으로 납치돼 갔는지는 지금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후 양강도 보위부는 일사천리로 사건을 처리했고 강 씨는 비밀리에 처형됐다. 보위부는 ▲조국을 배반하고 남조선으로 도주하려던 것 탄로 ▲국경 보위부 산하 중국 현지 비밀정보원 임무 미 완수 ▲이중 간첩 활동 정황 ▲복귀 명령 지시에 불복하고 도주 등 여러 가지 죄목을 조목조목 담아 사건철(사건기록)을 쓰고 실내 처단을 단행했다.

그로부터 7개월 후인 2018년 10월 강 씨의 하나뿐인 남동생은 인민군 공병국에서 군사복무를 다 마치지 못하고 조기 제대됐다. 고향으로 돌아간 남동생은 자신의 조기 제대가 누나의 사건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아채고 보위부가 자신 역시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다.

결국 강 씨의 남동생은 2019년 1월 홀 아버지에게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국경으로 향했다. 압록강을 건너려던 그는 국경경비대 하전사의 밀고로 보위부에 체포돼 같은 해 6월 북창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이송됐다.

도 보위국 지도원은 강 씨의 남동생에게 ‘누나나 동생 놈이나 똑같다. 그래서 피는 못 속인다는 것이다. 보위부는 너까지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택한 것이다. 계급적 원쑤(원수)들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교훈’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강 씨의 남동생은 관리소로 끌려가면서도 ‘보위부 손에 처단된 누나 때문에 처단자 가족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 하늘 아래 어디든 나에게는 다 감옥과 같다. 죽이겠으면 여기서 누나처럼 죽이라’고 외쳤다.

중국 내에서 북한 보위부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다 납치 북송된 강 씨와 그 남동생의 일은 여전히 흑막에 가려져 있다. 보위부에 이용되다 끝내 사망한 강 씨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그의 남동생과 같은 일을 겪은 북한의 주민들이 또 얼마나 있을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