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올해 들어 방역체계 정비·강화…주민들은 ‘불편’ 호소

벌이버스에 방호복 입은 인원 무조건 태우고 여행지 도착·출발 때 진료소 도장 받아야

북한 평양의 지하철역에서 방역소독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선진적, 인민적 방역을 내세우고 있는 북한이 올해 들어 방역 체계를 정비·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일 데일리NK 평안북도와 강원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들어 도·시·군 경계에 있는 방역초소 근무 조직을 비상방역지휘부 직속 단위로 편제했다.

이전에는 지역 방역소의 방역일꾼들이 임시로 돌아가면서 초소에 나가 근무를 서는 형태였으나, 이제는 비상방역지휘부 소속으로 초소별 8~10명의 ‘방역단속원’을 두고 4교대로 근무하는 체계를 세워 책임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올해부터 도·시·군을 넘나드는 벌이버스, 서비차 등에 방역소독 인원을 무조건 한 명씩 태우게 하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초소에서 방역법 위반으로 단속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방역소독 인원은 방호복을 무조건 착용해야 하고, 소독 분무기와 소독약 등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운전수와 차장이 있으면 보통은 차장이 방역소독을 맡는데 차장이 안 하겠으면 인력을 써서라도 무조건 방역소독 인원 1명을 차에 태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보위부 10호 초소와 방역초소 간에 서로 감시하는 체계를 세워 어느 한 초소에서 뇌물을 받고 문제가 있는 차량이나 인원을 통과시킬 경우에 상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어 북한은 올해 들어 수도 평양과 국경(북중 접경), 전연(전방)을 제외한 내륙 지역에서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여행증명서 발급 절차를 한층 까다롭게 하는 체계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행자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현지 진료소에 가서 문진을 받고 이상증세가 없다는 도장을 받도록 하고 떠날 때도 출발에 앞서 진료소에서 도장을 받도록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여행 기간이 일주일이 넘으면 도착 후 7일이 지난 후부터는 사흘에 한 번씩 진료소에서 도장을 받아야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들에 대해 소식통은 “지난 2년간 비상방역 사업을 진행하면서 보건의료 관리에 대한 경험이 쌓였으니 행정적인 절차들이나 체계도 그에 맞게 바꾼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결론에서 비상방역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고 사소한 해이나 빈틈, 허점도 없이 강력하게 전개해나가야 할 최중대사로 다시금 지적하면서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에로 이행시키는 데 필요한 수단과 역량을 보강, 완비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방역사업에서 주민들의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해오고 있지만, 주민들은 도리어 강화된 방역 체계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소식통은 “이제는 결심만 하면 여행도 갈 수 있으나 체계가 너무 복잡해서 자포자기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힌 뒤 열두 밤이 지나도 떠나지 못할 체계’라고 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