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론] 돈 룩 핵-미사일(Don’t look nuclear-missile)

북한은 17일에 발사한 2발의 탄도미사일이 ‘전술유도탄’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보도에서 전술유도탄의 검수사격시험이 전날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함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요즘은 바야흐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Netflix)가 대세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에게도 매우 친숙해진 상표다. 며칠 전 이 매체가 제작한 SF 블랙코미디 ‘돈 룩 업’(Don’t look up)을 가족들과 함께 봤다.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내내 우리 사회의 모습이 계속 오버랩되어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다.

영화가 다루는 무대는 미국 사회다. 미국의 지도자와 언론, 일반시민들이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크기의 혜성이 날아오고 있다는 과학자의 경고를 귀 담아 듣지 않고, 오직 일상의 자극적인 욕망 충족이나 정치적 유불리(有不利)에 의해 모든 것을 해석하는 매우 비정상적인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그런데 혜성을 북한의 핵·미사일로 대치하고 등장인물을 대한민국의 대통령, 관료, 기업가, 시민들로 교체하더라도 시나리오를 전혀 손대지 않아도 될 듯한 묘한 감정이입(感情移入, Empathy)을 느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첨단 미사일을 연이어 시험발사하고 있다. 벌써 다섯 번째다. 마하10의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회피 능력을 강화한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 등 종류도 다양다기하다. 우리의 미사일 방어체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그래도 현 정부는 평화와 대화의 정당성·필요성만 주구장창 얘기하고 있고(막후에서 또 깜짝쇼를 준비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군은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여당 후보자는 핵 대응의 기본원칙을 얘기하는 상대 후보자를 “전쟁광”으로 낙인찍고, 북한의 행동은 “층간소음”으로 애써 축소하여 해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도무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슬프고 답답하다. 아니 두렵기까지 하다.

안보는 현실이다. 이상이나 소망, 레토릭(rhetoric), 회피 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튼튼한 안보태세와 부당한 도발에는 당당히 맞서겠다는 결기를 가지고 대처해 나갈 때만이 소중한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경구가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다. 요즘 국내 일각에서 주장하는 “평화가 평화를 보장한다”는 말은 가히 혹세무민(惑世誣民)의 극치를 보여주는 궤변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시기부터 일관되게 김정은의 북한을 제대로 볼 것을 강조해 오고 있다. “김정은은 콤플렉스와 야망을 지닌 승부사이다.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은 김씨 일가가 영구 통치하는 사회주의 강국 건설과 전(全) 한반도 통일이라는 대전략을 가지고 있다. 김정은은 핵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포기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한미가 국제사회와의 유기적 공조하에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여 ‘핵을 가지고 있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정상회담·종전선언과 같은 깜빡 이벤트는 착시현상을 줄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하에 보다 근원적이고 실제적인 질문과 조치로 북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김정은이 다종의 전술핵무기 무력시위와 함께 대북 이중기준·적대시 정책 철폐 선전전을 강하게 전개하는 것을 보고서는 1만 4천 자가 넘는 대정론(『복차지계: 지금은 3차 북핵위기 국면이다』, 2021. 11.5 데일리NK 북한정론)을 써가며 경종을 울리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현 정부는 미국 등 우방국들이 코웃음을 치는(정부는 미국이 동의한다고 자기 방식대로 해석했지만) 종전선언에만 올인했다. 그 결과로 2022년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최종 발사-대성공, 탄도미사일 검열-검수 시험발사, 핵-미사일 모라토리움 철회”라는 대재앙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야 한다. 혹시 이 순간에도 극과 극은 통한다는 현실회피적 소망성 사고에 사로잡혀 북한과 모종의 이벤트·분식합의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면 그것은 주권국가이기를 포기한 것이며, 역사에 씻을 수 없는 대죄를 짓는 행동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북핵 위기의 진실, 핵심 포인트 몇 가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첫째, 현재 국면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는 전혀 다르다. 현 정부가 그토록 향수를 느끼고 있는 2018년의 상황과도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시기가 아니라, 핵 개발을 거의 마치고 실전배치-고도화하고 있는 단계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핵 개발을 숨기거나 블러핑(bluffing) 하는 상황이 아니라 대놓고 최종 질주하는 국면이다. 따라서 모든 것을 달리 생각해야 할 때다.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에 집착해서는 김정은의 질주를 따라 잡을 수 없다.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저의를 보는 관점도 정확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은 김정은 정권은 물론이고 김씨 일가의 영구집권을 뒷받침하는 최후의 안전판, ‘군사용’이라는 측면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경제 외교적 실리 확보를 위한 ‘협상용’은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무력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다 이런 이유이다. 첨단무기 고도화와 핵보유국 위상 다지기를 위한 수순이다. 진단이 잘못되면 백약이 쓸모없다.

셋째, 북한 핵의 용처에 대한 논란도 끝내야 한다. 우리 사회 일각의 북한 핵은 자위용일 뿐이다. 설마 우리 민족을 향해서 발사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과거 정부들의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 북한 핵이 자위용이냐 공격용이냐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지금은 한가하게 말장난이나 소망성 사고에 기댈 때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장성택의 길’을 걷지 말라는 법이 없다. 김정은이 장성택과 그 추종세력에게 자행했던 극악무도한 행태가 어찌 상식적인 사람이 할 수 있었던 일인가?

영화 ≪돈 룩 업≫을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 ≪돈 룩 핵미사일≫이 우리 사회의 팬덤(fandom)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나 전군지휘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국민들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북핵·북한을 넘어 세계로·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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