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초 정치국회의서 핵·ICBM 개발 재개 논의 계획 없었다

고위 소식통 “美 적대정책 강화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내부 의견 多”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미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라는 ‘모라토리엄’ 선언의 철회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1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8기 제6차 정치국회의를 소집”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에 대한 재개를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모라토리엄 철회 카드를 정치국회의 테이블에 올려 놓은 것은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조치에 따른 갑작스런 결정이었다는 전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대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이 언급한 선결적, 주동적 조치란 2018년 밝힌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결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정치국회의에서 모라토리엄 철회까지 언급하며 미국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 조치에 대한 대응조치일뿐 애당초 정치국회의 논의 주제에 포함된 사안은 아니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미사일 물자 조달에 관여한 북한인 5명을 독자 제재 대상에 올렸으며 유엔 안보리에도 제재 대상에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제재 강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조치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고 이것이 모라토리엄 철회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수중발사미사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든 군사위성(사실상 ICBM을 의미)이든 당이 결정하면 언제든 쏘면 되는 것”이라며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미리 구두 경고를 한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2017년 11월 이후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암시적 표현을 썼지만 북한이 유지해왔던 일시유예(모라토리움)를 완전히 폐기한다는 표현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정책 방향 암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대미 강경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로 올리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틈을 타 전략무기 개발을 가속화하고 대미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 북한전문가는 “중국은 북한의 대미 도발을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다”며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중국은 중재자로서의 몸 값이 높아진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지난 14일에는 평안북도 의주 일대 철로 위 열차에서 KN-23을 시험발사했다. 

시험발사 지역이 모두 중국과 인접한 북중 국경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하며 침묵하고 있다. 

미국이 제안한 유엔 안보리의 회의가 20일 오후 3시(현지시간)에 열리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경우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는 무산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안보리에서 대북제재를 논의할 계획이 없다”며 “(안보리 이사국들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정을 진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달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