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열병 확산에도 방제약 없어…수확량 감소 우려”

소식통 "평남 문덕·숙천·평원군서 발병 확인...서해안 벼 생산지로 빠르게 확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6일 “전국적으로 논밭 김매기를 비롯한 영농공정들을 일정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농약 살포 중인 평양시 력포구역 소삼정남새전문협동농장 사진을 게재하고 농업 부분 실적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일부 지역에서 쌀 수확량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벼 도열병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번 발병하면 방제에 어려움을 겪지만, 약제가 부족해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최근 평안남도 문덕군 일부 농장들에서 벼 잎이 잿빛으로 변하다가 말라 죽는 도열병이 발생했다”며 “수확량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농민들의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도열병은 저온과 잦은 강우로 인해 식물이 약해지면 도열병균의 증식해 발생한다. 도한 질소질 비료를 많이 줬거나 거름기가 많은 논에서도 자주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현재 이상고온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 “7월 중순까지의 강수량은 전국평균 21.2mm로서 평년의 25.8% 정도이며 1981년 이후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비가 적게 내렸다”며”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이 지속하면서 농작물들이 가물 피해를 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함경북도 전역의 토양 습도는 20~50% 정도다. 7월 들어 연일 북한 전역에 고온 주의경보가 발효되고 있는 점으로 미뤄보아 평안남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평안남도 지역의 벼 도열병의 원인이 저온과 잦은 강우 때문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소식통은 “지난 70년대 질소비료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할 때도 이 병이 발생해 고생을 했었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질소비료를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도 병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에, 과도한 거름으로 인해 거름기가 넘치는 ‘과비현상’이 도열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토양에 수분이 부족해 작물의 생리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거름을 주어 질소질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벼 도열병에 걸린 것으로 분석된다.

소식통은 “이런 현상은 비단 문덕군뿐이 아닌 곡창지역으로 유명한 숙천군, 평원군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병이 서해안 벼 생산지 전체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벼 잎도열병은 질소질 비료를 피하고 약제를 통해 방제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도열병 방제 약제가 부족해 손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삭이 생기기 전 선제 방제로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그렇지만 방제약이 없어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날씨가 습하게 되면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며 “올해 쌀 수확량이 좋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9일 미국 농무부는 ‘2021/2022 북한 계절별 수확량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북한의 쌀 생산량은 200만t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최근 5년 평균 쌀생산량보다 10% 적은 수치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중국과의 국경이 막히면서 비료, 제초제, 병충해 방제 물질, 농기계와 부품 등 수입이 줄면서 생산량이 줄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