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위인 저작이라더니… “전문가 집필·편찬, 김정은은 선별만”

소식통 "노작·연설문, 선전선동부 등서 작성·완성...최고지도자는 읽기만 하면 된다"

김정은_로작
김정은 국무위원장 로작. /사진=조선의출판물 홈페이지 캡처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문헌을 가리키는 로작(노작, 勞作)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힘들여서 지은 저작이나 작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필로 만들어진 저작물이 최고지도자의 성과로 선전돼 온 상황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최고지도자의 혁명 령도(영도) 업적을 알리기 위해 연설문 중 로작이 나오는데, (최고지도자가) 직접 쓰지는 않는다”면서 “선전선동부, 당력사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체계화, 이론화, 정립화해 완전무결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이처럼 로작은 당력사연구소 철학, 사상, 로작 집필 전문가 박사들이 전문적으로 집필·편찬한다”면서 “최고지도자가 자기의 로작을 직접 수정·보충하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국가 운영·정책·통치 방향을 밝히는 보고, 연설, 담화, 명령, 지시 등을 문헌으로 만들어 노작이라고 통칭한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를 ‘절세위인의 불후의 저작물이자 업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집필 과정에서 최고지도자는 관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직접 작성한 것처럼 둔갑한다는 뜻이다.

북한 선전매체 아리랑메아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로작은 총 35개(6월 11일 기준)다. 노동신문 등 다른 매체에서 언급된 것을 포함하면 김 위원장의 로작은 60개가 훌쩍 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작의 바탕이 되는 여러 글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작성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로작의 기틀로 쓰일 주요 대회 개회사, 결론도 당 선전선동부에서 전문 필력가들이 작성한다”면서 “최고지도자는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국가 최고지도자의 연설문이나 메시지도 대체로 전문 부서에서 작성한다. 북한의 경우도 전문가들이 작성한 초안에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반영해 수정·보충한 뒤 최종 발표문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처럼 국가 지도자의 연설문 등을 개인 저작물, 업적으로 선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식통은 “작성된 로작(후보 문헌) 중 최고지도자의 선별 과정은 있다”면서 “여러 가지 편찬, 종합된 로작 원고들을 최고지도자에게 보고하면 여기서 몇 가지가 선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3년 사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 김 위원장의 이름만 명기한 머리기사 글은 모두 노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본지는 노동당의 역사에 남을 기록으로 분류되는 최고지도자의 저작물은 머리기사에 이름만 넣는 방식으로 제목을 표시되며 ‘1호 당 문서’로 분류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헤드라인에 ‘김정은’ 이름만, 왜… “혁명역사 기록물로 분류 의미”)

‘1호 당 문서’로 분류되는 문헌은 모두 노작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3월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착공식 연설, 지난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연설 관련 노동신문 기사는 김 위원장의 이름만 들어간 형식이 아니었음에도 노작으로 분류됐다.

5만 세대 착공식 연설,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연설은 노작이지만 ‘1호 당 문서’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1호 당 문서’가 노작보다 중요도가 더 높은 문헌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