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서류 담긴 北 인구통계 입밖에 꺼낸 기요연락소 소장, 결국…

[북한 비화] 2019년 '1호 지시'로 실내 처형…당시 보안성 내에 끔찍한 처형 방법까지 떠돌아

2012년 11월 보위기관창립절을 맞아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를 방문한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

지난 2019년 겨울. 북한 인민보안성(現 사회안전성) 참모부 산하 기요연락소 소장 김모 대좌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국가보위성에 불시 체포돼 실내에서 무참히 처형당했다.

인민보안성 내 모든 주요 서류와 기밀문서들을 임시보관하거나 이를 자강도 장자산 소재 비밀문서 갱도로 옮기는 일을 전담하던 기요연락소의 총책임자가 별안간 검정 트럭에 실려 가 처형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민보안성 고위 간부들과 그 가족들 사이에 알려진 김 대좌 사건은 이렇다.

2019년 3월 어느 날, 2016~2018년 북한의 자체 인구조사 결과 보고서를 포함한 보안성 주민등록국 내부 비밀 서류가 기요연락소로 이송돼왔다. 이 문서를 임시보관하던 중 우연히 지난 2년간의 북한 내 인구통계를 보게 된 김 대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철저한 보안과 함구가 기요연락소 소장의 필수 자질이라는 것을 잊었는지 그는 며칠 후 술자리에서 아내에게 “우리나라 인구가 다 줄어들면 군사복무, 농사, 경제건설 인원이 모자라 큰일 나겠다”며 “문건보다가 진짜 인구가 많이 준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당시의 이 발언은 두 사람만의 비밀로 남지 못했다. 새 소식을 알릴 기회로 여겼던 김 대좌의 아내는 다른 아파트에 사는 사촌 언니와 그의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별의별 말들이 다 나왔다.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인구수 통계치를 듣고 놀란 이들은 “인구가 왜 이렇게 감소했나” “다 도망(탈북)친 거냐”는 말을 하더니 심지어는 만성적인 식량 부족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어가는 데 원인이 있다는 결론까지 내렸다.

이에 더해 이들은 사람들이 병으로, 배고픔으로 죽고, 새세대 청년들이나 돈 없는 사람들은 애를 안 낳거나 낳아도 한 명만 낳아 곱게 키우자는 것이니 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자체 분석을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 그해 겨울, 갑자기 김 대좌의 집에 국가보위성 체포조가 들이닥쳐 그를 비롯해 그 집에 있던 김 대좌의 아내와 자식 역시도 어디론가 끌려갔다.

언제부턴가 내부에서 인구통계에 대한 별의별 유언비어가 떠돌자 보위부는 이 소문의 근원지를 파악하기 위해 덫을 놓고 추적에 들어갔고, 결국 김 대좌가 최초 유포자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었다.

이것이 김정은에게도 보고되면서 은밀하고도 엄중하게 처벌할 데 대한 ‘1호’ 지시가 내려지자 보위성은 곧바로 야심한 밤중에 김 대좌를 체포했다.

이후 보위성은 국가를 대혼란에 빠뜨릴 뻔한 유언비어로 적들을 돕고 당과 대중을 이탈시키는 적대적 행위를 한 것으로 낙인찍어 김 대좌를 처형했다.

김 대좌가 어떤 끔찍한 방법으로 처형됐는지도 보안성 고위층 간부들과 그 가족들 사이에 돌았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기밀문서를 접할 수 있는 국가기관 간부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형 방식을 흘리면서 공포감을 조성해 입을 다물도록 하기 위한 보위성의 술책”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후 이 일은 “유언비어 유포가 그렇게 사형에 처할 죄인가” “1호 방침 받아 처형할 정도면 장성택 수준으로 현대종파라는 것 아닌가” “인구통계 숫자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가장 밝히기 싫은 중요 비밀이기 때문이 아닌가”는 등 무성한 뒷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