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봉쇄 길어지면서 ‘절량세대’ 속출…더 못 버티고 떠돌이 생활

빚 독촉 시달리다 결국 집 팔고 거리로…소식통 "버틸 수 있는 한계 넘은 사람들 많아져"

평안남도 순천 수레
지난 2018년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한 주민이 수레를 잠시 세워두고 쉬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북한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목적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무역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절량(絕糧)세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사로 수입을 내던 상인들이 절량세대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6월에 접어들면서 생활이 어려워 집을 팔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5월이면 국경 봉쇄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봉쇄가 길어지면서 더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들어온 수입 물품을 판매하는 북한의 장사꾼들은 대게 돈을 빌려 물건을 떼다 팔고 그 수익으로 후에 갚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갑자기 국경이 봉쇄되면서 물건이나 대금을 받지 못한 장사꾼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지속적인 빚 독촉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에는 중국산 물품을 수입해 유통하는 도매상이 밀수꾼과 선수금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총상을 입고 사망하는 사건도 일어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北 밀수꾼-도매상 갈등 격화…총격에 양측 모두 목숨 잃기도”)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에서 활동하던 한 수입 콩기름 장사꾼도 최근 빚 독촉에 시달리다 집을 팔고 가족들과 거리로 나왔다.

올 초에는 생활이 어려운 가정도 옥수수죽이라도 먹을 수 있었지만 봄이 되면서 돈을 빌리는 것도 불가능하고, 쌀이나 옥수수를 외상으로 얻으려 해도 현물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집을 팔아서라도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거리에 나앉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초순부터는 쌀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 쌀값은 지난해 국경 봉쇄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나, 지난 8일 평양에서 1kg당 5000원에 거래되는 등 지난달 말과 비교해 20%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는 양상이다.

더욱이 옥수수도 최근 평양에서 1kg에 3000원에 거래되는 등 계속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이렇듯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시장 물가 상승은 북한의 농민들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어 최근 농촌에서도 절량세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평안남도 개천시, 신양군, 양덕군 등의 농촌 지역에서 절량세대가 눈에 띄게 증가해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구가 전체의 30%도 되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최근 들어 도시든 농촌이든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대로 봉쇄가 지속되면 국가 전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