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노동 나간 중앙당 간부들, 신소돼 처벌 받았다…무슨 일?

특권의식 젖은 간부들 행동 조용원에 보고돼…‘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 해설자료 통달 중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모내기를 제철에 질척으로 하자”며 모내기전투를 다그쳤다. 모내기를 하고 있는 일꾼들을 배경으로 “쌀로써 사회주의를 지키자”라는 선전 구호가 보인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현재 북한 전역에서 ‘모내기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모내기 현장으로 금요노동에 나선 중앙당 간부들이 특권의식에 젖은 행동으로 당적 경고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지난 14일 사동구역의 모내기 전투장으로 금요노동을 나간 당 조직지도부 간부 10여 명이 모내기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특권을 누린 것으로 신소돼 처벌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4일 모내기가 한창인 평양 사동구역의 한 포전에 금요노동을 나간 당 조직지도부 간부들은 자신들이 맡은 담당 구간에서 기술지도를 하던 한 여성 기술지도원과 몇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이 여성 기술지도원은 “모 꽂는 깊이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직접 자로 재는가 하면 규정대로 모를 꽂지 않으면 다시 꽂도록 깐깐하게 기술지도를 했는데, 여기에 한 간부가 “이 농장은 모내는 기계도 없냐”면서 짜증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이 화근이었다.

여성 기술지도원이 기세에 눌리지 않고 “모내는 기계를 못 본 지가 5년도 넘었다. 중앙의 일군(일꾼)들이 말로만 해쳐먹고 개미 작전으로 사람들만 동원하니 농업 기계화가 현실화되겠나”라면서 맞받아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

다행히 주변에 있던 다른 간부들이 나서서 달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마찰은 또 한 차례 더 빚어졌다.

당 조직지도부 간부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대충 모내기를 끝내고 농장 주변 산기슭 아래에 모여 40kg짜리 염소 통구이를 해 먹고 술판을 벌였다. 그러던 중 이들이 작업한 포전의 모 꽂는 깊이가 보장 안 된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한 농장 일꾼이 찾아왔는데, 하필 그는 앞서 불화를 겪은 그 여성 기술지도원이었다.

그는 재차 “올해 당 정책이 모 꽂는 깊이를 정확히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모내기를 다시 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이에 조직지도부 간부들과 이 여성 기술지도원 사이에 또다시 신경전이 일었다.

간부들은 “우리는 배부르면 허리 꺾고 엎드리기 힘드니 이따가 다시 제대로 꼽겠다”고 말하고는 기술지도원을 돌려보냈지만, 실제 이들은 포전에 다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사라졌다.

그런데 그중 한 간부가 사동구역 당위원회 책임비서에게 전화해 뒤처리를 부탁하고, 사동구역 당 책임비서는 리당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모내기전투에 나온 학생들을 동원해서 당 조직지도부 간부들이 담당한 포전에 모 보식(補植)작업을 하도록 지시하면서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이튿날 리당비서는 농장 기사장과 합심해서 실제 학생들을 해당 포전에 동원했는데, 앞서 조직지도부 간부들과 불편한 일을 겪은 여성 기술지도원이 이를 목격하고 신소를 제기한 것이다.

권력을 내세운 간부들로 인해 온당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판단한 그는 작심하고 구역당을 뛰어넘어 평양시당 신소처리과에 신소했고, 시당 선에서 이 사안이 무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별도로 중앙당 신소처리과 제2접수에도 신소를 넣었다.

신소를 접수한 중앙당 신소처리과 제2접수는 곧바로 평양시당 신소처리과에 관련 신소건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평양시당이 들어온 접수가 없다며 잡아떼 이 사안은 조직규율 문제로 조용원 당 조직비서에게 직보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온 나라가 올해 당이 제시한 알곡 고지를 점령할 열의로 끓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황해남도 안악군 일대 논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후 조용원의 지시에 따라 신소를 묵인한 평양시당 신소처리과 과장과 학생들을 동원해 보식작업을 시킨 리당비서 및 농장 기사장은 해임됐고, 사동구역당 책임비서는 당적 엄중경고 처벌을 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문제를 일으킨 당 조직지도부 간부들은 당적 경고 처벌을 받았으며, 이와 함께 당 정책 관철 정신을 다룬 노래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의 해설자료를 통달하는 사상교양 학습과 당성 검토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현재 중앙에서는 문제가 된 간부들의 토요학습, 생활총화, 덕성실기 등을 검열해 기준에 들지 못한 이를 농장원으로 보낸다는 방침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일단 엄중한 문제로 제기됐으니 시범겜(본보기)으로 2~3명은 농장원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신소를 제기한 여성 기술지도원은 “당 정책적 대(줏대)가 확고히 섰다” “권력에 억눌리지 않고 문제를 정확히 판단해 신소했다”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로써 해임으로 공석이 된 농장 기사장 자리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