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女 의무복무제 방침 내렸다가 ‘1호 보고’ 후 슬그머니…

[북한 비화] 여성군인 편제로 바뀐 4군단 해안포 중대 훈련 낙제 사건 불거져…결국 '흐지부지'

김정은 여군
여군에 둘러싸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지난 2015년 여성 의무복무제 방침을 내렸다가 이후 스리슬쩍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 초부터 전투단위 남성 편제를 여성으로 개편하고 그에 상응한 여성 초모(징집)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한 탓에 이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 초모될 때 남성만으로 병력을 충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2014년 11월 김정은의 지시로 군 대열보충국은 이듬해인 2015년 4월 1차 봄 초모부터 여성 의무복무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전국의 도·시·군 군사동원부에 하달하고 전국의 학교들에도 이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그동안에는 입대를 희망하는 여성에 한해 7년간 군 복무를 하도록 해왔으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2015년 1차 초모 시기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여성 졸업생들은 모두 징집 대상자로 분류됐다. 실제 군사동원부는 각 학교와의 연계로 2014년 1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여성들에 대한 초모 담화 사업을 차질없이 준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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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성 의무복무제 방안은 단 5개월 만에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김정은에게 올려진 총참모부 작전국의 1호 보고서가 그 원인이었다는 것이 그때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의 증언이다.

소식통은 “2014년 11월 당시 여성 의무복무제 전국적 도입은 군에 부족한 남성 인원수를 충당하기 위한 깜빠니아(캠페인)적이고 시범적인 사업이었다”면서 “그러나 2015년 3월 4군단 해안포 중대 사건이 있으면서 이것이 흐지부지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총참모부 작전국은 동기훈련(2014년 12월 1일~2015년 3월 31일) 강평(평가)을 위해 4군단 해안포 중대에 내려와 훈련 명령을 내렸다. 갱도 안에서 끌어낸 해안포를 강평원들이 지정한 해안가 고지로 옮긴 후 타격지점에 있는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훈련 평가였는데, 이 중대는 전원이 주어진 시간에 포를 끌고 나가는 것조차도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2014년 6월 대열보충국은 상부의 지시로 이 해안보 중대를 남성군인 편제에서 여성군인 편제로 바꾸었으나, 전시 전투조직표나 훈련 기준 등은 이전과 똑같아 여성들이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의 훈련 목표가 책정됐던 것이다.

고사총, 고사포와 달리 해안포 훈련은 남성과 여성의 체력적인 격차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으로, 끝내 동기훈련 판정에서 여성 편제로 바뀐 4군단 해안포 중대는 하달된 훈련 명령을 수행하지도 못하고 강평 등급에서 낙제를 받아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졌다.

이 문제를 두고 대열보충국이 “남성 군인 수가 부족한 현 초모 상황에서 별수 없이 해안포 중대를 여성군인 편제로 개편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작전국은 “그렇다면 이 부대의 전시작전임무표를 바꿔야 하는데, 바꾸자면 전 서해 전선의 전투조직표를 전부 수정해야 하는 문제라 쉽게 볼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2017년 4월 13일 평양 려명거리 준공식에 참석한 북한의 여군들의 모습. /사진=연합

이후 작전국은 여성 의무복무제로 여성들을 군에 입대시키는 것과 이에 따라 편제를 개편하는 것에 무리가 있고, 부대 임무 수행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의 1호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

이 같은 보고서를 받아든 김정은은 군 수뇌부에 “전투단위를 갑자기 여성군인 편제로 변경하는 데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그러니 비전투단위들이라도 여성들이 할 수 있는 편제로 개편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군은 대열보충국에 임무를 내려 경비 및 후방단위, 유·무선 통신, 탐지, 정황 기록 등 여성이 임무 수행할 수 있는 부대를 모두 여성 편제화하고 기존에 해당 부대에 있던 남성 군인들을 그 외 부대로 조동시키는 사업에 돌입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2015년 봄 초모 시기부터 진행하려 했던 여성 의무복무제 방침은 소리소문없이 중단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재래식 중장비 무기를 다루는 기술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군의 평가로 이후 여성 의무복무제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는 설명이다.

작전, 기재관리, 수리·정비까지 전부 여성 군인들이 맡는 순수 여성 편제로 한 개 구분대를 바꾸려면 전군 전투조직표를 싹 갈아엎어야 해 군 상부에서는 사실상 여성 의무복무제가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군 수뇌부에는 여성 의무복무제는 불가능한 일로 각인돼있다고 한다. 다만 최근 들어 내부에서는 전략군을 강화해 전선에 재래식 무기 대신 최첨단 무기 체계를 구축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은 “여성 의무복무제 방침이 내려졌을 때 딸 가진 부모들의 반발로 난리가 나서 군사동원부 일군(일꾼)들이 상부와 부모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는데 다행히 그 방침이 스리슬쩍 무효로 돼 잠잠해졌다”면서 “만약 다시 그 방침이 내려진다면 먹고살기 힘들어 자식을 한 명만 낳아 곱게 키우려는 부모들이 하나 뿐인 딸을 험지에 강제로 내보내는 것을 두고만 보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