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는 중국 네이멍구(内蒙古)자치구의 한 작은 마을에서 중국인 남성의 아내로 조용히 살아가고 있던 30대 여성 탈북민 은혜(가명)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꿨다.
방역을 명목으로 한 중국 당국의 엄격한 이동 통제 조치가 시행되던 지난 2021년 초 은혜는 임신한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걸렸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중국 현지인들조차 이동이 어렵던 때 심지어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은혜는 병원에 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그렇게 그는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오롯이 고통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코로나19 증세는 점점 더 심해졌고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은혜는 유산의 아픔마저 겪게 됐다.
은혜도 어쩌지 못하는 일이었지만, 중국인 남성과 그 가족들은 유산을 은혜의 탓으로 돌리면서 책망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몸도 마음도 힘든 상황에 은혜는 중국인 남성과 그 가족들로부터 온갖 천대와 멸시를 받았다.
‘내가 선택한 이 길(탈북)이 진정 잘못된 것인가.’
은혜는 절망의 수렁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 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함과 답답함에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이 너무도 그리웠지만, 그렇다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 통제와 억압, 감시와 세뇌 속에 살아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22년 은혜는 우연히 탈북민들의 한국행을 돕는 비밀 조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는 한국행에 마지막 희망을 걸기로 결심했고, 어렵게 조직에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은혜는 절망뿐인 중국에서의 삶을 벗어나기 위한 탈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탈출 과정에 그는 체포되고 말았다. 은혜는 한국행 기도로 중국에 있는 감옥에 들어가게 됐고, 강제 북송 대상자로 분류돼 지난해 북한으로 송환됐다. 은혜의 마지막 희망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은혜는 북송 후 보위부 집결소에 임시 구금돼 있는 동안 고문, 구타 등 지속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체중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결국 영양실조를 앓다 집결소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고 말았다.
지금도 중국에는 신분 없이 숨어지내며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탈북민 여성들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는 강제 북송이라는 크나큰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탈북민 여성들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게 장벽을 깨부술 방법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