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군에 ‘특별경비근무 기간’ 선포…한미정상회담 향배에 ‘촉각’

'1호 전투근무 태세' 발령하고 경계 강화…육·해·공군에 15일분 전시 연유 공급 지시하기도

서부전선방어부대 화력타격훈련
2019년 5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군이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군에 특별경비근무 기간을 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북한군은 이번 특별경비근무 기간 경계 강화를 위해 ‘1호 전투근무 태세’를 발령했다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군 고위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지난 10일 오후 5시 육·해·공·전략군 군단 사령부 지휘부들에 12일 0시부터 15일간 특별경비근무 기간을 선포하고 1호 전투근무 태세를 발령한다는 총참모부의 지시가 하달됐다”고 전했다.

총참모부는 이번 지시에 ‘육·해·공 군단 사령부와 전략군 사령부를 포함한다’며 적용 대상을 명시하고 ▲전체 육·해·공·전략군 군단 사령부 인원갱도(갱도 안에서 생활) 전개 ▲전시 연유(燃油), 전투기술기재, 무기탄약 공급체계 실시 등의 내용도 담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총참모부는 남조선(한국) 괴뢰도당 최고 수장이 새로 선거된 미국 대통령과 만나 어떤 모략을 할지 모르니 그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번 지시가 적들의 준동과 반공화국 압살 책동을 단호히 짓부수고 있을 수 있는 모든 일에 대처하기 위한 상응 조치라는 데 의의를 둔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특별경비근무 기간 선포와 1호 전투근무 태세 발령 이유가 한미정상회담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셈이다.

오는 2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대면 회담에서는 대북정책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어서 북한이 회담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가 하면 총참모부는 각급 지휘관, 참모부, 작전부, 정치부, 보위부들에 특별경비근무 기간 하루 2회씩 필수 건설 및 부업 인원들을 제외한 전투근무 인원이 모두 참가하는 비상소집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특별경비근무 기간 전체 인원이 기상 후 전투복장으로 부대 인근지역에서 30분간 산개 수색을 벌이는 것을 일상화하고, 이 결과를 각급 참모부가 매일 총참모부에 보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총참모부는 육·해·공·전략군 군종별로도 구체적인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육군에는 특별경비근무 기간 최전방 1, 2, 4, 5군단 전투근무 인원들에게 실탄 30발을, 그 외 나머지 후방군단들과 훈련소들, 기계화 보병 군단 전투근무 인원들에게는 공탄 3발과 실탄 10발을 공급하고, 전 군단의 전투용 차량에 15일분의 전시 연유를 공급하도록 했다.

해군에는 동·서해함대 지휘관, 참모부들에 현재 해상 근무 중인 함선을 들여보내지 말고 교대 예정인 함선까지 투입해 병력을 증강하는 등 함선 전투근무 강화를 위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역시 15일분의 전시 연유 공급과 포탄 만장약을 지시했다.

특히 잠수함 전대에는 당 중앙위원회, 국무위원회, 최고사령부, 총참모부의 명령에 따라 실전배치됐거나 실전배치하려는 잠수함 전력으로 기동타격훈련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이어 공군에는 최고사령부의 명령에 따라 각 공군 전단의 지휘하에 해·공군 이중 합동훈련을 진행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전투기·후방공급기·직승기(헬리콥터) 부대들에 마찬가지로 15일분의 전시 연유를 공급하고 전투기 비행사 삼중 예비 체계(대기조)를 세워 전투대비 태세를 갖추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현재 1기 전투정치훈련(동기훈련)이 진행 중인 전략군에는 부대 실정에 맞게 전투정치훈련을 전시 태세로 상향 조정하고, 3개월간 공급된 전시 연유 공급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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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전략군에는 당 중앙위원회, 국무위원회, 최고사령부, 총참모부 명령에 따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와 협동해 실전배치 가능한 전략무기 시험발사 준비를 면밀히 갖추라는 별도 지시도 내려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육·해·공·전략군 군단 사령부들의 사업 총화는 이번 특별경비근무 기간이 끝난 바로 다음 날 진행된다”며 “최고사령부는 판정(평가)식으로 총화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상벌이 무조건 적용돼 자칫하면 군단장들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특별경비근무 기간에는 최고사령부나 총참모부의 지시로 임의에 선택된 육·해·공 3개 부대 삼중 집중지휘 훈련도 진행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는 최고사령부, 총참모부의 직접 지휘에 따라 각 부대가 전투대비 태세에 돌입하는 훈련으로, 어느 부대가 훈련 대상으로 지목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