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시아 파견 노동자 탈북에… “상호 감시 강도 높여라”

외출 가능 인원 2명→5명으로 늘어...소식통 "'장거리 이동시 보위지도원 반드시 동행' 지시도"
"평양 거주 11명 노동자 가족 오지로 추방돼"

지난달 러시아에 파견돼 있던 북한 노동자 11명이 한국으로 입국한 이후 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 근로자에 대한 통제 강화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동시에 북한에 남아 있는 11명의 탈북자 가족을 조사하고 이들 중 일부는 오지로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각지에서 건설 노동을 하던 북한 노동자 11명이 한국으로 탈북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당국은 국가보위성 등 관련 기관에 러시아와 중국 내 자국 근로자 대상 동향 보고 횟수 확충 및 감시 강화를 지시했다.

특히 10명에서 30명까지 비교적 소규모 그룹 형태로 각 건설 현장을 돌며 숙식 및 노동을 하는 러시아 노동자들의 경우 2명으로 규정돼 있던 외출 조 편성을 5명으로 늘렸다.

동시에 5명 이상 외출해야 감시 수준이 높아진다고 본 것으로, 이는 한국 사업가나 선교사를 만나는 등 정치적 일탈 행위 발생 가능성의 사전 차단 의도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노동자 혼자 외출하는 경우도 있었고 시장에 나갔다 한국 사람들과 술을 먹고 외박 후 복귀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개인적 목적으로 외출하거나 외부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접촉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지시에는 노동자들이 차를 타고 외출할 경우 보위지도원의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반드시 보위지도원과 동행하게 한 것이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도 이와 같은 노동자 통제 강화 조치가 하달됐다. 다만 중국의 경우 이미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외출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한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노동자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러시아에 파견돼 있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현지 근로자들의 불만도 극에 달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손에 쥐는 돈이 너무 적어 그 돈이라도 아껴서 조국(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려는 노무자(노동자)들이 날마다 쓰레기통을 뒤진다”며 “이런 처참한 상황인데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고 어디를 가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수시로 감시하고 보고하라니 어떻게 생활하라는 것인지 막막하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건설, 벌목, 농업 등 각각 다른 업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치 않다. 당자금 납부 규모도 업종이나 업무에 따라 다르지만 매년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 동안 전체 수입의 50% 이상을 납부하도록 규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3개월 동안은 소득 전체를 노동자 개인이 가질 수 있지만 러시아의 혹한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는 일하려 해도 마땅한 자리가 없다고 한다.

한편, 지난달 한국에 입국한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가족들은 보위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거나 평양 거주자의 경우 가족들이 지방으로 추방됐다고 한다.

일부 가족들은 일상 생활을 하고 있지만 보위부, 인민반 등 2중, 3중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이 연락하면 재입북을 회유하거나 탈북을 도운 브로커 및 조력자를 색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으로 우(위·당국)에서 난리가 났다”며 “한두 명씩 해외에서 탈북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10명이 넘는 인원이 남조선으로 달아난 사실에 나라에서도 당황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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