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쓰레기’라더니…북한, 이젠 “방역위반자 자수 시 용서”

[강연자료 입수] 통제 한계에 회유책까지 동원한 듯...불순출판물 겨냥 조치와 유사

북한 비상방역법 위반자... 자수
북한 당국이 ‘모든 주민들은 높은 공민적 자각을 가지고 자수사업에 적극 떨쳐나가자’는 제목의 강연자료를 배포하고 방역수칙 위반자들에게 자수를 권유했다.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자에게 자수를 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방역 수칙위반자들을 ‘인간쓰레기’라고 칭하면서 강력한 투쟁 대상으로 삼았던 것과 대조된다. 북한 당국이 처벌을 앞세운 주민 통제가 한계에 부딪히자 회유책까지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데일리NK는 최근 ‘모든 주민들은 높은 공민적 자각을 가지고 자수사업에 적극 떨쳐나가자’는 제목의 강연자료를 입수했다.

당국은 강연자료를 통해 “자신과 가정에서 비법월경, 밀수밀매 현상을 비롯한 비상방역체제를 어긴 현상들이 있었다면 그것이 크든 작든 기일에 관계없이 이제라도 솔직히 자수자백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기회를 주었을 때 솔직히 자수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을때에는 조국의 안정과 인민의 안녕을 지키는 비상방역사업에 저애(저해)를 준 죄과를 당적, 법적으로 엄격하게 총화(평가)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비상방역법에 저해하는 사람을 ‘인간쓰레기’, ‘배은망덕한 자’라면서 무자비하게 처갈겨야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런데 한 달 사이 급격히 톤 다운된 모습이다.(▶관련기사 : 술판, 먹자판, 춤판강연자료 통해 방역 위반맹비난)

일반적으로 처벌과 단속이 강력해질 경우 일시적으로 범죄가 줄어든다. 하지만 범죄가 더욱 음성화돼 충분한 예방 효과를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이 회유와 협박을 적절히 사용해 주민들에게 방역 위반 사실을 자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모습은 불순출판선전물 소지자를 겨냥한 조치에서도 나타났다.

본지는 지난달 북한이 지난달 불순출판선전물 소지자에게 자수 시 모든 죄를 백지화해주겠다면서 회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불법선전물 소지자 자수 회유죄 백지화, 사회생활 지장 )

북한 당국은 지난 1월에는 주민들에게 불순출판선전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한 사람, 그리고 이를 방조한 사람에게 강력한 법적 처벌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관련기사 : [단독] “영상물, 대량 유입·유포 시 사형대남 적개심 노골화)

북한 당국의 주민 단속 방법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듯한 모습이다.

또한, 북한 당국은 가족, 친척, 지인들로 하여금 범죄자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라고 독려했다. 이는 불순출판선전출판물 자수 회유 때와 같은 전략이다.(▶관련기사 : 눈 감고, 알려주고북한, ‘불순선전물소지·유포 방조 주민 비난)

강연자료는 “자신뿐만 아니라 친척들이나 인민반 성원들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 속에서 지난 시기 국경 질서를 어기고 밀수밀매행위를 한 데 대하여서도 제때에 해당 기관에 찾아와 신고하여야 한다”며 “본인이 자수하겠지 하면서 강 건너 불 보듯 하면 공민의 본분을 망각하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죄를 범한 자들이 이 기회에 자수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도시봉쇄로 인한 고통이 방역수칙 위반자들 때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전형적인 책임 씌우기 수법이다.

강연자료는 “이번에 또다시 국경연선을 끼고 있는 시, 군들이 봉쇄되게 된 것은 제 하나의 치부에 눈이 어두워 돈벌이를 목적으로 지난해 국경 질서를 위반한 자들이 늦게나마 자기들의 잘못을 알고 자수한 문제로 하여 산생(생산)되었다”며 “만약에 이들이 자기의 잘못을 제때에 자수하였더라면 이렇게 또다시 봉쇄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최근 국경 도시에서 밀수, 도강 사건이 발생하며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이동을 통제하는 조치를 내려왔다. 지난달에 봉쇄가 확인된 곳은 평안북도 삭주군, 양강도 혜산시, 삼지연시 등이 있다. 도시가 한번 통제되면 주민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워져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다.

방역수칙 위반자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또다시 도시 봉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인 동시에 신고를 독려하기 위한 메시지인 셈이다.

강연자료는 “때문에 모든 주민들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지난 기간 국경 질서 위반 행위들에 대하여 숨김없이 자수자백하여야 한다”며 “이제 자수자백하지 않는다면 어느 때든지 적발되어 자기 자신과 가정의 운명을 망치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 도, 시, 군들을 봉쇄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막대한 후과(악영향)를 미치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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