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자 발생에 파종 못한 주민 불만까지…삭주 봉쇄 결국 ‘해제’

23일 오후 6시부터 봉쇄령 풀려…군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 주민들 "살 것 같다" 기쁨 표출

북한 압록강 삭주군 평안북도 트럭 살림집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 모습. /사진=데일리NK

밀입국 사건으로 북한 평안북도 삭주에 내려졌던 봉쇄령이 23일 오후 6시를 기해 공식 해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자 발생에 주민들의 불만까지 극에 달하자 당국이 애초 예고한 시점보다 일찍 봉쇄를 풀게 됐다는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어제(23일)부터 정식으로 봉쇄가 해제돼 군내 주민들이 삭주를 벗어날 수도, 다른 지역 주민들이 삭주에 들어갈 수도 있게 됐다”며 “그동안 봉쇄로 군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던 주민들은 살 것 같다면서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삭주군에서는 지난 14일 봉쇄 수준이 다소 완화돼 주민들의 군내 유동이 가능해진 뒤에도 10세대에서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보기: 北, 삭주군 봉쇄 수준 낮췄다…봉쇄령 직후 벌어진 ‘비극’ 때문?)

소식통에 따르면 삭주군의 인민반장들은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세대가 늘어나던 찰나에 굶어 죽는 사례까지 나타나자 동사무소와 동 담당 주재원(안전원)들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 주민 내부 동향을 보고했다.

이 같은 동향 보고는 동당비서를 통해 군당에도 전달됐고, 군당은 곧바로 “이러다가는 주민들이 다 굶어 죽을 판이다. 지금 노인이나 어린이가 있는 집들이 특히 어렵다. 배급을 주던지 열어야(봉쇄를 풀어야) 한다”면서 중앙비상방역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중앙비상방역위원회는 삭주군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참작해 봉쇄령을 해제했다는 전언이다.

중앙에서는 군내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세를 보이는 주민이 있으면 자가격리 하되, 동과 인민반에서 식량을 조금씩 모아 절량세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덧붙이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삭주군에는 노동자구가 형성돼 있는 판막 역전마을에 50여 세대, 수풍에 20여 세대, 군 읍에 10여 세대 등 80여 세대가 자가격리 세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앞서 삭주에서는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에 파종하지 못한 주민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따갈밭(소토지)를 일궈 자급자족하는 삭주 주민들은 3월에 씨앗을 심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군내에 따갈밭이 있는 주민들은 이미 다 콩을 심었지만, 따갈밭이 군 경계 밖에 있는 주민들은 봉쇄 때문에 군 밖으로 나가질 못해 아무것도 심지 못하자 앞으로 무엇을 먹고살아야 하느냐며 아우성이었다”고 전했다.

국가 배급도 없는 데다가 향후 먹거리마저 위협받는 처지가 되자 주민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실제 삭주군당 책임비서와 군 인민위원회 위원장 사택에는 군 경계 밖에 소토지를 일군 주민들이 몰려가 “지금 땅에 씨가 들어가야 먹고 살지 않겠냐”는 내용의 신소청원 편지를 넣기도 하고, 일부 악에 받친 주민들은 사택 울타리 너머로 돌을 던지거나 오물을 투척하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에 군당은 현실적으로 배급을 주기 어려운 조건에서 이 같은 주민 불만을 잠재우려면 봉쇄령을 푸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중앙에 봉쇄 해제를 건의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공식적으로 삭주군의 봉쇄령이 해제된 시점은 23일이었지만, 주민사회에는 이미 지난 주말부터 봉쇄가 풀린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군 경계 밖에 따갈밭이 있는 주민들은 봉쇄가 풀리기 전부터 아침 일찍 가족들을 다 데리고 나가 콩을 심었다”며 “군에서도 봉쇄가 풀릴 것을 알았는지 주민들이 군 밖으로 나가는 것을 크게 단속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삭주군 기관·기업소들에서는 이례적으로 군 밖에 소토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세대주(남성)들에 한해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파종을 돕도록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시간을 보장해주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