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삭주군 봉쇄 수준 낮췄다…봉쇄령 직후 벌어진 ‘비극’ 때문?

잠수함 배터리 생산 공장 현장기사 추락사… "봉쇄해도 먹을 것은 줘야" 주민 여론 들끓어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 모습. / 사진=데일리NK

밀입국 사건으로 북한 평안남도 삭주에 내려졌던 봉쇄령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봉쇄 이후 벌어진 한 주민 가정의 비극적인 일로 내부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당국이 집 밖 출입 금지 조치를 푸는 등 봉쇄 수준을 낮췄다는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어제(14일) 0시부터 삭주군 방역 봉쇄 단계가 완화돼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삭주에서 다른 시나 군으로 나가거나 밖에서 삭주로 들어오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봉쇄 완화 조치는 삭주군에 있는 잠수함 배터리 생산 공장(29호 공장)의 기술과 현장기사 윤모 씨(30대 중반) 가정에 일어난 비극이 발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이 전한 사연은 이렇다.

지난 2일 삭주에 봉쇄령이 내려질 당시 잠수함 배터리 생산 공장에는 노동자들을 합숙소에서 지내게 하면서 출근을 보장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이 공장의 현장기사인 윤 씨는 집에 귀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의 임신한 아내가 봉쇄 기간 집에서 홀로 지내며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다가 조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방역소 일꾼들과 동 담당 주재원(안전원), 인민반장이 하루 한 번씩 집집이 돌며 소독작업을 진행하던 중 윤 씨의 아내가 집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던 것을 발견한 것.

윤 씨의 아내는 유산 경험이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삭주가 갑작스럽게 봉쇄되면서 병원은 물론 동 진료소에도 가지 못하고 남편마저 집에 들어오지 못해 홀로 며칠을 고생하며 배를 곯다가 조산으로 아이를 낳게 됐다.

응급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윤 씨의 아내는 즉각 병원에 실려 가야 했지만, 인민반장은 봉쇄 중이라 함부로 병원에 데려가선 안 된다며 대신 같은 마을에 사는 조산원을 급히 불러 아기를 받게 했다. 그러나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는 곧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못해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윤 씨는 아기가 죽었고 아내는 그 충격에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곧장 공장 측에 집으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장 측은 공장 구내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 당의 방역 방침이라며 그를 보내주지 않았다.

더욱이 사망한 아기를 알아서 처리한 안전부는 아기가 묻힌 곳을 알려달라는 윤 씨의 요구를 뭉개며 “당의 방역 방침을 관철하는 길에서 사소한 희생이 있을 수 있다”고 둘러댔다.

그리고서 며칠 뒤 윤 씨는 잠수함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공장 측에서는 윤 씨가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일하다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지만, 주변 동료들은 이번 일로 고통과 슬픔을 호소해온 윤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윤 씨 가정의 비극은 이후 삭주군 전체에 소문으로 퍼졌고, 이에 주민들은 “아기를 죽이면서까지 무슨 방역이냐” “봉쇄도 먹을 것을 주면서 해야 할 것 아니냐”는 등의 비난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그간 쌓여있던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당국은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려는 방편으로 봉쇄의 수준을 한 단계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상황 수습에 나선 북한 당국은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인민반장을 해임하는가 하면 윤 씨 부부의 아기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을 물어 조산원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안전부에 붙잡혀간 조산원은 ‘아기를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건 내 잘못이 아니다’ ‘당의 방역방침 때문에 누구도 책임을 안 지려고 하니 아기가 죽은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으나, 그에게는 3년의 교화형이 내려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노력혁신자이자 인민 참심원으로 있는 조산원의 남편은 처음에 도당 책임비서에게 신소하겠다면서 난리였지만, 처벌이 내려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을 알고는 방향을 바꿔 공민권과 당원 자격이 유지되는 단련형이나 단련대 쪽으로 처벌 수위를 낮춰달라는 청원을 넣으려 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삭주 봉쇄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밀입국 사건의 당사자는 중국에서 살다 온 것이 확인돼 보위부에서 안전부로 보내졌고, 현재 안전부에서 예심을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관련기사 보기: 평북 삭주도 한 달간 봉쇄…행방불명자 밀입국하다 붙잡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