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9일 북측에 “신중하고 현명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전환의 시기에 대처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치러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주목하고 “정세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가길 희망한다”면서 대북(對北)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장관은 새로운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반도 정세와 관련,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수립되는 시점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로 인해 동북아 정세에서는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면서도 “역설적으로 이 시간을 통해 남북 간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더 크게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만든다면 계속해서 이어질 더 좋은 정세의 흐름을 우리가 함께 주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대화와 협력을 통한 북미관계 진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이번 기회를 통해 북측이 남북, 북미 간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고 비핵화에 전향적인 의지를 보여준다면 한반도와 평화를 향해 나아가게 될 뿐 아니라 남북간 평화협력 공간이 확대되는 성과를 우리가 다시 함께 만들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남북미가 하노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평화의 결실을 통해 다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이 장관은 “미국의 대북 관여 방식 또한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기조에 일정 정도 영향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 출범하게 될 미 행정부에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성 및 남북미 협력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전환기에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계기가 되는대로 북미관계 진전에서 분명한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함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분간 미국 대선 결과에 침묵하며 관망 모드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현재 일각에서는 미국의 새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정세 판단에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밝혔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도발적인 대응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얘기할 순 없다”면서 “북한이 실제로 어떤 판단을 할지의 문제는 우리 하기 나름의 문제”라고 말했다.
고위당국자는 “우리가 새로운 정세에서 북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메시지를) 잘 발신하고 경우에 따라 대화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면 지난 시절에 있었던 도발적 대응보다는 평화적이고 유연한 대응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을 탐색할 길도 열려있다”며 “북한은 1월에 전통적으로 신년사를 발표했고, 내년에는 당대회도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우리의 의사, 의지, 조언들이 잘 전달되는 것이 북한이 정세를 판단하는 데서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에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들어가면서 대화와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요인들이 증대된다 생각한다”며 구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한 보건의료 분야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이 당국자는 “9월에 있었던 정상 간 친서 교환, 서해 피격 사망사건 때 보여준 이례적인 사과, 그리고 당 창건기념일 때 발신한 메시지를 보면 최소한 최악의 파국적 상황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해 피격 사망사건으로 굉장히 큰 난관이 조성된 것도 사실이지만 흐름상으로는 올해 말, 내년 초를 겪으면서 더 나은 관계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