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지역 유행 ‘시’ 살펴보니…南 ‘이것이 희망입니다’ 판박이

소식통 "주민들, 수령 찬양 '혁명소설'보다 인간적인 '글귀'에 위안 느껴"

청수 청수구 평안북도 국경경비대 하전사 압록강
2019년 2월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 유역, 북한 국경경비대원 모습. 기사와 무관/사진=데일리NK

우리 웹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좋은 글귀들이 외부세계와의 접근을 통제하는 북한에도 파고들었다.

26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함경북도 등 북중 국경지역 일대에서는 한 편의 시가 주민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국경지역 주민들과 학생들도 국가적 방역 차원의 국경 전면봉쇄와 더불어 연이은 개학 연기로 집과 기숙사에서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시 구절이 위로를 건네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소식통은 “당성, 혁명성, 충성심만 듣다가 너무 따뜻한 글귀 하나에 힘든 마음이 녹아버렸다”면서 이 시를 보내줬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시는 우리 검색 사이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것은 ‘희망’입니다’(좋은 글 중에서) 내용 중 일부였다.

또한 신이나 양말 등을 세는 단위로 사용하는 ‘켤레’라는 용어가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는 ‘컬레’로 표기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중국 손전화(휴대전화)로 외부세계 인터네트(인터넷)를 검색하고 전화 연계를 하는 연선 지역에서 그걸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이미 한국 글귀라는 점을 주민들도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소식통은 이어 “어디에서 시작됐든 혁명소설(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찬양)은 강제로 교양하려 하지만 이런 좋은 글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면서 “주민들은 글이 사람을 위로한다는 말을 처음 느꼈다고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4·15문학창작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대성을 형상한 총서 ‘불멸의 려정’의 첫 장편소설 ‘부흥’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는 “위대성 선전과 혁명소설을 독보하고 감상문 쓰라고 하면 뭘 쓸지 생각이 안 나는데 이런 좋은 글들은 머리에 쏙쏙 남는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소식통은 이미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혁명적인 소설이나 수령찬양 문학작품보다 인간적이고 생활적인 시, 작품, 명언, 글귀들이 좋은 글로 많이 돌고 있는데, “이는 거의 중국 대방(무역업자)들이 보내준 글들”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이 보내온 주민들에게 유행하는 시

“이것이 ‘희망’입니다”

내 손에 펜이 한 자루 있다면 그것은 희망입니다.
그 펜으로 글을 쓸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고 편지도 쓸 수 있으니까요.
내 발에 신발 한 켤레가 신겨져 있다면 그것은 희망입니다.
그 발로 집으로 갈 수 있고 일터로 갈 수 있고 여행도 떠날 수 있으니까요.
내 곁에 좋은 친구 한 사람 있다면 그것은 희망입니다.
그 친구에게 내 마음 털어놓을 수 있고 따뜻한 위로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내 가슴에 사랑 하나 있다면 그것은 희망입니다.
마음 가득 사랑이 있다면 기쁨과 행복한 세상일 테니까요.


※ 본지는 자필 이미지를 확보했지만 내부 소식통의 안전을 위해 위와 같이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