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관 강간에도 저항하지 못해”…北 미결수 인권유린 폭로

[HRW 발표회] "예심 과정서 구타욕설 인권침해...북한 법, 주민 보호 못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주최한 ‘짐승보다 못한 : 북한 미결 구금시설에서의 가혹행위와 정당한 절차의 위반’ 발표회. 발표자로는 강윤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법무관(상단 좌측),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부지부장(상단 우측), 조충희 전(前) 북한 도 인민위원회 위원(하단)이 선정됐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의 미결 구금 및 수사제도가 자의적이고 정당한 절차도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필 로버트슨(Phil Robertson)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 부지부장은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짐승보다 못한 : 북한 미결 구금시설에서의 가혹행위와 정당한 절차의 위반’ 발표회에서 “북한이 기술하고 있는 사법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간극이 있다”면서 “예심절차와 수사 과정에서 법에서 금지한 유도신문 강요나 자백을 받기 위한 구타가 자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형사소송법은 ‘국가는 형사사건의 취급처리에서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도록 한다(6조)’ ‘강압, 유도의 방법으로 받은 피심자, 피소자의 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다(37조’)’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고문, 자백 강요 등 인권 침해요소가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조충희 전(前) 북한 도 인민위원회 위원도 “북한에서 모든 범법행위는 초기조사(예심)를 거친다”면서 “이 과정에서 구타나 욕설 등 수 많은 인권유린이 자행된다”고 말했다.

조 전 위원은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예심에 가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한다”면서 “북한에서 법은 수령이나 당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어 주민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HRW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북한은 법률에 기반한 공식적인 사법제도를 갖고 있으나 이와 병행하여 불투명한 방식으로 공식 제도에 우선하는 조선노동당 중심의 준(準) 사법제도가 있다”면서 “법 적용의 임의성으로 인해 구금자들만이 아니라 법 집행자들에게도 혼란이 가중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에서 미결수에 대한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밝혔다. /사진=’짐승보다 못한 : 북한 미결 구금시설에서의 가혹행위와 정당한 절차의 위반’ 보고서 캡처

또한, 미결수들이 수감되는 시설 내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로버트슨 HRW 부지부장은 “북한 당국은 구금시설에서 수감자들에게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가혹행위나 고문을 했다”며 “간수들은 수감자들을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부르거나 자신과 직접 눈을 마주쳐서는 안 된다는 등 열등한 인간 취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위생용품 등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며 이 중 일부는 강간을 포함한 성희롱과 성폭력 피해를 보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로버트슨 부지부장은 설명했다.

한 탈북민은 보고서에 “구류장에서 담당 보위성 심문관에게 강간을 당했으며 또 다른 보안원이 심문하면서 몸을 만지고 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면서 “자신의 운명이 그들의 손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 저항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HRW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는 북한의 불투명하고 취약한 형사사법제도와 조선노동당의 통제 속에 운영되는 법원과 법 집행기구의 정치적 성격을 폭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북한에서 심문이나 구금시설을 경험한 탈북민 22명과 전직 북한 당국자 8명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다.

HRW는 “북한 당국이 미결 구금 심문 시설에서의 고질적인 고문과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처우를 중단시켜야 한다”면서 “수감 환경을 개선하고, 위생과 의료 서비스, 영양, 깨끗한 물, 의복, 바닥 공간, 채광, 난방 등 기본적인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래드 애덤스(Brad Adams) 아시아 디렉터는 “휴먼라이츠워치가 인터뷰한 전직 정부 관료들에 따르면 북한의 형사사법제도에서는 가혹한 처우와 모멸감이 중요하게 간주된다”면서 “북한 당국은 어둠에서 나와 북한의 형사사법제도를 공개하고 전문적인 경찰력과 고문이 아닌 증거를 바탕으로 하는 수사제도를 수립할 수 있도록 국제적 지원을 요청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