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해 여파 어디까지?… “광산 침수에 석탄 가격도 폭등”

석탄 생산 지역서 1톤당 20만 원에 거래, 가격 배로 올라…주민들 “월동준비 걱정에 막막“

평안남도 덕천시 남덕청년탄광
평안남도 덕천시 남덕청년탄광 .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여름 폭우와 태풍으로 인해 북한 일부 지역의 광산이 피해를 받으면서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석탄 가격이 크게 올라 월동준비를 앞둔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지난 여름 폭우로 평안남도 일대 일부 탄광의 갱들이 물에 잠겨 석탄 생산이 중지됐다”면서 “그동안은 석탄 수출이 막혀 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생산이 줄자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평안남도 안주시와 평안북도 구성시 등 50개 시, 군의 여름철 강수량은 855~1,748mm로, 연 평년강수량(745~1,357mm)보다 많았다.

평안남도 일대의 석탄을 채굴하는 곳은 2.8직동탄광(순천), 봉천탄광(개천), 서창청년탄광, 남덕청년탄광(이하 덕천) 등이 있다.

소식통은 “순천, 개천, 덕천 등 석탄 생산지역에서 가격이 올라 산지에서 1t당 (북한 돈) 20만 원(약 2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겨울나이(겨울나기)를 앞두고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지난 5월 평안남도에서 석탄 1t은 8~9만 원 선에 거래됐다. 수개월 사이 배가 넘게 석탄 가격이 오른 셈이다. 겨울철이 다가와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생산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석탄을 이용해 만드는 구멍탄 가격도 크게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주민들은 겨울 난방용으로 주로 구멍탄을 이용하고 있다. 주민들의 월동준비에 경제적 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소식통은 “그렇지 않아도 곡물 가격이 올라 걱정이 많았는데 겨울을 앞두고 석탄값까지 올라 큰일이다”면서 “설상가상으로 남새(채소) 농사까지 안돼 겨울철 김장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주민들도 많다”고 전했다.

겨울철 난방 준비뿐만 아니라 식량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중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안이 늘어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이달 초 발표한 ‘코로나19 및 기상재해와 2020년 북한의 식량·농업’ 보고서에서 장기간 이어진 대북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봉쇄 여파까지 더해져 올해 북한의 식량 불안이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힘겨운 월동준비가 예상되는 가운데 당국이 제시하는 과제까지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월동준비도 힘든데 80일 전투 과제까지 수행해야 하려니 앞이 막막하다”며 “당국은 주민들 사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목표 채우기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함경북도 ’80일 전투’ 과업 제시… “당의 은덕 폐부로 느끼게”)

앞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5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에서 첫째 의정으로 전당, 전국, 전민이 80일 전투를 힘있게 벌여 당 제8차 대회를 빛나게 맞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가용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해 경제 재건에 총력전을 펼쳐 내년 당 대회에서 성과로 내세우겠다는 의도다. 북한 매체들도 주민들에게 80일 전투를 연일 강조하면서 성과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성과를 내기 위한 무리한 동원에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3일 ‘80일 전투: 과거 유사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북한에서는 국가적인 주민 노동력 총동원 운동을 전투라고 지칭한다”면서 “과거와 같은 집단적인 사회주의 노력 경쟁은 주민들의 피로감 증대, 생산활동에 대한 충분한 동기를 유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