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던 北 시장 곡물가, 올해 최저 수준으로 하락

지난달 중순 이후 크게 떨어진 쌀값 보름 넘게 유지 중…옥수수 가격은 전국적으로 더 하락

결산분배를 진행하는 평얀북도 정주시 일해농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달 중순 이후 크게 하락한 북한 곡물 가격이 보름 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쌀 수확이 결속되면서 당분간 북한 시장에서 곡물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 돈 49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5일 당시 조사 가격과 비교할 때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도 쌀 1kg이 5000원에 거래돼 2주 전 조사 가격인 5100원에서 100원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kg에 7000원에 육박해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 지역별로 23~27%가량 급락하면서 1kg에 5000원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양강도 혜산의 경우 2주 전 조사 때보다 쌀 가격이 다소 올라 5000원 중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강도 지역의 쌀 수확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가 쌀 생산량이 다른 지역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풀린 공급량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전국적으로 지난달 중순보다 가격이 더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0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22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5일 조사 당시 가격보다 10.2% 하락한 것이다.

양강도 혜산 시장의 옥수수 가격도 2주 전과 비교할 때 평양과 비슷한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신의주에서는 옥수수 하락폭이 다른 지역보다 컸다. 지난달 30일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는 1kg에 2100원에 거래돼 2주 전보다 22.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곡물 가격 하락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여러 지역에서 쌀 수확이 결속되면서 올해 수확된 쌀이 시장에 풀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일부 지역 농장에서는 수확한 쌀에 대한 국가 의무 수매가 완료됐으며 결산 분배도 이뤄졌다.

더욱이 앞으로 쌀 수확이 완전히 끝나면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값이 더 내려가기 전에 쌀과 옥수수를 시장에 내다 파는 주민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심리적 요인들이 시장 곡물 가격 하락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또 북한의 올해 쌀농사 작황이 작년보다는 좋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의 곡물 가격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양은 아니어서 하락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농업 전문가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작년보다 쌀이나 강냉이(옥수수) 가격이 싸다는 것이지 국경봉쇄 이전과 비교할 때 현재 곡물 가격이 특별히 저렴한 것은 아니다”라며 “농사가 잘됐다고 해도 충분한 양의 곡물이 시장에 공급돼 안정적인 물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