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위대한 향도’ 관람 욕구 ↑… “갈 수만 있다면 돈 내서라도”

예년보다 짧은 공연기간에 궁금증·호기심 보여…배정표 따라 내려온 관람권은 '자부담'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공연 당시 경기장을 가득 채운 체조단 위로 불꽃이 터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를 이달 말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현재 평양에서는 돈을 내고라도 보고 싶다며 공연 관람을 희망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관람한 공연인 데다 기간도 전례 없이 짧아 주민들의 관람 욕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평양 사람들 중에서도 중심구역 사람들은 1호 공연(김 위원장이 관람한 공연)이고 특색있게 하는 공연이라 돈을 내고라도 가려고 한다”며 “특히 이전같으면 봄부터 시작됐을 공연이 단기간에 끝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가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평양 시민들은 본격 공연 개시에 앞서 1호 행사로 먼저 공연을 선보였다는 점을 특이하고 특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북한선전매체 메아리 등은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가 10월 12일부터 평양 능라도의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다고 전한 바 있으나, 그보다 하루 전인 11일에 김 위원장과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전공연이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진행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의 경우에는 김 위원장이 첫 공연을 관람했지만, 올해는 첫 공연이 있기도 전에 먼저 1호 행사로 공연이 진행되고 이 소식이 노동신문 등 주요 매체를 통해서도 보도되면서 주민들의 호기심을 한층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공연 관람권은 기관기업소나 단체, 군부대, 인민반 등에 단체로 배정표가 내려오면 이에 따라 선정된 인원만 돈을 내고 얻을 수 있는데, 가격은 좌석의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석 및 중앙정면석 3만 원 ▲초대석 상부 정면석 2만 2000원 ▲중앙정면석을 기준으로 좌우 양측 좌석 1만 2000원 ▲하부 좌석 8000원 등으로 가격이 책정됐으며, 평양 주재 대사관 직원 등 외국인은 달러 기준으로 관람권 매매 가격이 달리 매겨진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단체, 조직, 인민반별로 선정된 인원들이 돈을 내면 행사 당일 오후에 관람권이 부여된다”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평양 주변구역 사람들은 그 돈이면 온 식구가 일주일 살 수 있겠다고 말하면서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중심구역 사람들이나 지방의 돈 있는 사람들은 갈 수만 있다면 가고싶다는 심정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마스크 필수 착용과 1칸 이상 좌석 간격 두기 등 방역 수칙을 제시하고, 부득이 밀집해 앉아야 할 때는 공연시간 내내 안내원들이 통로를 돌면서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검열하도록 하거나 경기장 내 6곳에 설치된 망원경감시대를 통해 기관·단체·조직별로 감시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실제 앞서 11일 공연 당시 관람석에 있는 주민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은 북한 매체를 통해서도 공개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를 관람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소식통은 “주요 정치기념일 때마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하는 것은 이제 우리나라의 전통이 됐다”며 “올해는 특히 정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제재와 전염병, 자연재해에도 체제의 견고함을 보여주고 주민의 일심단결을 끌어내기 위해 단기간이라도 무조건 조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는 지난해 선보인 ‘인민의 나라’ 공연 제작단이 연출을 맡았고, 지난해 공연 참가자의 70%가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공연에도 어김없이 학생들이 동원됐는데, 이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은 1호 공연이 먼저 진행됐으니 이달 말에 공연이 끝나면 선물이 꼭 있을 것이라면서 추위에 고생해도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이번 공연의 구성은 ‘인민의 나라’(2019년)나 ‘빛나는 조국’(2018년)과 거의 비슷하나 10월 10일 당 창건일 기념 공연이라는 취지에 맞게 당의 투쟁과 역사를 담은 장들이 전반적으로 수정 재편성됐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김 위원장의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하면서 서장 ‘영원한 백두의 행군길’과 ‘당은 우리의 향도자’ ‘사회주의 오직 한길로’ ‘격동의 시대’ ‘민족의 영광’ 등 여러 장을 비롯해 종장 ‘우리에겐 위대한 당이 있다’로 구성된 무대가 펼쳐졌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