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주민들을 향해 “미안하다. 고맙다. 면목 없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자연재해라는 ‘삼중고’로 인해 나빠진 민심을 다잡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가 오후 7시부터 녹화방송한 열병식에서 코로나19 방역, 태풍 피해 복구 등에 참여한 군인과 주민들의 노고를 위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북한)뿐이다”며 “한 명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피해자 없이 모두 건강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면서 “너무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장병)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 시각도 악성 비루스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 인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며 행복한 웃음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하늘 같고 바다 같은 인민들의 너무나 큰 믿음을 받기만 하면서 보답 따르지 못해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전체 인민 신임 속에 이 나라를 이끌 중책을 지니고 있지만,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 생활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발언도 해 눈길을 끌었다. 경제실패의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주민들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은 연설 내내 극존칭을 사용하며 주민들을 향해 “미안하다” “고맙다” 등의 표현을 10여 차례 사용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감성 정치’를 연출하면서도 강력한 국방력을 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제 사정은 좋지 않지만, 국방력은 계속해서 발전해왔다는 점을 강조해 체제결속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불과 5년 전 바로 이 장소에서 진행된 당 창건 70돐(돌) 열병식과 대조해보면 알겠지만, 우리 군사력의 현대성은 많이도 변했다”며 “우리 군사력은 그 누구도 넘보거나 견주지 못할 만큼 발전하고 변했다”고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도 이날 녹화 방송에서 “할아버지 세대로 불리는 정규 무력의 첫 열병식 참가자들이 원자탄과 맞서야 했던 무기는 보병총에 불과했다”며 “오늘의 열병식에 참가하게 될 그들의 손자 세대는 너무도 변했고 누구도 상상 못 할 힘을 가지고 세상에 그것을 과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는 자위적 억제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 등 다소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한국을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