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 하모니카 사택 화재사건 당사자, 결국 스스로 목숨 끊었다

지난 2018년 8월에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 사진=데일리NK

지난 8월 발생한 양강도 혜산 하모니카 사택 화재사건의 당사자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지난 1일 혜산시 위연동에서 한 주민이 자살했는데, 그는 몇달 전에 있었던 하모니카 사택 화재 때 맨 처음에 불이 났던 집의 안사람”이라며 “집이 불에 타버리고 나서 위연동의 본거집에서 살고 있다가 그 집에서 목을 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망한 주민은 얼마 전 혜산시 탑성동에서 대형 화재사고를 낸 국경경비대 초소장의 아내 30대 조모 씨로, 최근 생계 등의 문제로 주변에 우울감을 호소해왔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8월 초 하모니카 사택(북한 특유의 다세대 주택)의 한 살림집에서 불이 나 LPG 가스통 폭발을 일으키고, 이것이 이웃한 집들의 LPG 가스통 연쇄 폭발로까지 이어지면서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당시의 큰 불길은 북한과 맞닿은 중국 측 접경지역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 사건은 고의적 방화가 아닌 실화(失火), 즉 과실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원인을 제공한 국경경비대 초소장은 수십여 명의 인명피해를 냈다는 이유로 군 단련대(1년형)에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초소장의 아내 조 씨는 집이 불에 다 타버리고, 남편이 단련대에 끌려간 데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국경 봉쇄로 평소 하던 밀수까지 못 하게 되면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전언이다.

이에 조 씨는 친정집이 있는 황해도에 가기로 마음먹고 시 안전부에 여행증명서를 요구했는데, 안전부는 증명서를 내주지 않았을뿐더러 그를 범죄자 가족으로 취급하고 “지금은 국가적인 일에도 증명서를 내주냐 마느냐 하고 있는데 화재로 국제적 망신을 안긴 주제에 뭘 잘했다고 증명서를 내달라 하느냐”며 면박을 줬다고 한다.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은 조 씨는 이후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는가 하면, 자주 외로움과 우울감을 드러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친정엄마도 딸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돼 증명서를 발급받아 오려고 했는데 국경은 증명서 발급이 더더욱 안 되는 상태라 대신 입쌀 한 배낭(15kg)을 부쳤다”며 “그런데 결국 딸은 이 배낭이 도착하기도 전에 동거하는 집에서 남편의 포화(전투화) 끈에 목을 매 자살했다”고 말했다.

이후 조 씨의 사망 선고를 위해 시 보안서와 함께 온 의사가 시신을 살피는 과정에서 그가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현지 주민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현장에는 조 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도 있었지만, 자살 사건으로 출동한 보위부가 유서를 가져가 그 안의 내용은 전혀 알려진 게 없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보통 사람이 사망하면 삼일장을 치르는데, 대부분 집에서 시신을 수습해 관에 보관하고 있다가 사흘째에 가지고 나가 땅에 묻는다. 그런데 하필 조 씨가 사망한 다음 날(2일)부터 혜산시에 20일 봉쇄령이 내려져 시와 도의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치느라 관이 집 밖으로 나가는 데까지 닷새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집에서 관을 내가는 인원수도 6명으로 철저히 제한했다는 전언이다.

지난 8월 초 양강도 혜산에서 발생한 하모니카 사택 화재 당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제공 동영상 화면 캡처

한편, 이 사건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내부에서는 “봉쇄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다 죽게 된 것 아니겠냐”는 안타까운 반응과 함께 “지금 군대가 활개쳐 전시상태가 선포된 듯한 분위기에서 사람까지 죽어 나가니 스산하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소식통은 “이번 일로 탑성동 하모니카 사택 화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주민들은 간부들이 사과까지 하고 월동준비 전에 살림집을 해준다더니 어떻게 된 일이냐면서 비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혜산시 당위원장 등은 화재진압과 관련한 당국의 늑장 대응에 주민들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겨울 김장철이 되기 전까지 주택을 완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함경도와 강원도로 모든 자재와 노력이 집중되면서 건설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실제 주민들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방침 관철로 피해지역에 싹 동원하면서 자기 도(道) 살림집 건설은 신경도 안 쓰느냐”, “자기 도 사람들이 헐벗고 굶주리고 나앉는 것에는 관심도 없느냐”, “인민들에게도 상중하가 따로 있고, 양강도 인민과 함경도 인민이 따로 있는 것이냐”면서 간부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