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장마당에는 아디다스(adidas)가 있다

‘아디다스’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주민이 눈에 띤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일 ‘청년교양사업에 혁명의 전도가 달려있다’는 제목의 논설을 게재했다. 신문은 김정은의 교시를 인용, “청년들을 어떻게 교양하고 준비시키는가에 당과 혁명의 운명, 나라와 민족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청년교양사업에 계속 힘을 넣어야 하는 것은 적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의 주된 과녁이 다름 아닌 청년들이기 때문이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제국주의 사상문화 침략의 기본대상을 청년으로 인식하고 있다. “적들이 청년들에게 반동적인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의 화살을 집중하는 것은 새 세대 청년들을 정신 도덕적으로 쉽게 변질 타락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고 언급한다. 또한 “불건전한 현상들을 변질되어 가는 사상정신상태의 반영으로 보며, 이색적인 사상문화를 그들의 취미나 멋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신문을 보며 문득 2018년 한국에 입국한 어느 탈북 청년의 말이 떠올랐다. 북한에서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비서로 일했던 그는 “자신들의 세대는 이전 아버지 세대와는 분명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른바 ‘장마당세대’인 자신은 이전의 ‘자폭용사세대’(당과 조국을 위해 목숨도 불사한다는 정신)가 아니라고 했다.

“우리도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는데 더는 안 속아요. 사회주의 혁명을 말하지만 이제 우리는 믿지 않아요.”

체제모순에 눈을 뜬 그가 선택한 건 탈북이었다. 아직 그곳에는 이 청년과 같은 생각을 품은 또 다른 청년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사회주의 혁명의 주체가 아니라 북한체제 변혁의 주인공이 되도록 힘을 키워줘야 한다. 생각을 깨우치는 청년들이 하나로 뭉치고, 그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엄격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도 북한체제 변화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그가 말한 장마당 세대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북중 접경에서 촬영한 장마당 모습을 다시 꺼내 보았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틈바구니에서 장마당은 북한주민들에게 생존의 장이었다. 분주히 시장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유독 필자의 눈에 띈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유명브랜드 옷을 입은 한 청년이었다.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유입되면서 이색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한 청년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브랜드를 소비하는 세대가 되었다.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국가상품이 아니라 개인의 의사가 반영된 소비 행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당국이 그토록 제국주의 사상문화침투에 의한 청년들의 사상변질을 우려한다면, 역으로 우리의 무기는 더욱 분명해진다.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의 가치를 일깨우는 사상문화침투의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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